사설-신농업정책, 늦었지만

입력 2001-11-28 14:29:00

김대중 대통령이 "덮어놓고 농사짓고, 정부에 덮어놓고 쌀값을 올리라고 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 결정에 따라 신농업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밝힌 것은 한마디로 농업정책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발언은 정부가 한계농지의 용도변경을 허용하고 대규모 영농을 지원하는 방안 등 신농업 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맞물린데다 쌀 수매가 인상 정책의 포기를 기정사실화 함으로써 농업 구조조정의 새로운 신호탄이 쏘아올려졌다고 볼수 있는 것이다.

사실상 우리 농정은 94년 UR출범 이후 57조 규모의 1차 농어촌구조조정 정책을 폈으나 표를 의식한 정치 논리 등으로 실패를 하는 바람에 현재의 위기를 자초했다. 정부의 농정 실패는 오는 2005년 뉴라운드 협정에 따라 쌀시장을 개방해야 하나 현 쌀값이 중국의 6배 등 외국에 비해 최고 9배에 달하는 등 국제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이 단적으로 증명한다. 정부는 총 102조의 구조개선 자금을 이미 투입했거나 투입 중에 있으나 높은 쌀값과 늘어난 농가부채에서 보듯 가시적인 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했다.

우리는 이와 관련, 정부가 정책 대응을 잘못하는 등 실기를 한 후 뒤늦게 자구책 마련에 나서긴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을 추진하는데 모든 지혜를 짜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과 같은 영세규모로는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대규모 농사로 생산성을 높이는 '규모영농'의 육성 쪽에 정책 방향을 맞춰야 하며 품질의 고급화를 위한 품종 개선, 기술개발, 브랜드화 등 '특화' 쪽으로도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관세화냐 관세화 유보냐로 고민하기 보다는 경제적 실리를 우선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그리고 농외소득 증대와 직접지불금 상향조정, 휴경지 보상 등 지원책 마련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규모의 영농을 추진할 경우 잉여농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수많은 문제가 놓여 있음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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