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칸과 그의 전사들은 13세기초 끝없이 펼쳐진 몽골 대평원을 통일하고 서쪽 으로 진격해 서방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몽골 대제국의 신화를 만 든 칭기즈칸과 그의 전사들의 말발굽소리와 함성이 남아 있는 곳.
몽골알타이 탐사대는 지난 7월 12일 오전 일정을 변경해 칭기즈칸이 서역정벌을 위해 백마를 타고 달린 그 칭기즈칸 루트를 차로 횡단하기로 했다. 대초원을 가로 질러 800년전 칭기즈칸이 이슬람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넘었을 그 알타이 산맥에 오르기 위해서 였다.
울란바토르에서 알타이산맥이 있는 몽골의 최서쪽 울기까지는 직선거리로만 1천40 0㎞, 실제거리로는 1천600㎞, 목적지인 후이뚱산아래 베이스캠프 전방 20㎞지점까 지는 1천800㎞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울란바토르 시내를 벗어나 톨강을 지나자 몽골의 전사들이 말을 달리던 태초의 초 원이 그대로 펼쳐졌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은 그저 기가 질릴 정도로 눈이 부시고 푸르다. 그곳에는 들도 초원이요 산도 초원이다. 산이라봐야 나무 한그루없는 언 덕같은 초원이고 그 산을 넘어봐도 또 그런 초원이다.
초원의 산들은 붓으로 그린 듯, 빗자루로 쓸은 듯 선이 부드럽고 띠끌하나 없다. 어떤 초원은 가도가도 하늘에 맞닿아 있을 정도로 넓다. 말과 소, 양떼들이 한가 로이 풀을 뜯고 있는 대자연. 칭기즈칸은 이 몽골 초원을 몇날 며칠이 걸려 횡단 했을까. 차는 그런 초원속을 뽀오얀 먼지를 날리며 푸른 융단에 그은 흰줄위로 한 점이 되어 들어갔다.
몽골대평원은 반드시 광할한 초원만으로 돼 있는 것은 아니다. 횡단 이틀째 저녁 해발 2천571m의 무지개란 말의 서렁거트산에 오르자 산너머 서쪽부터는 수림지대 가 나타났다. 그러다가 초원이 가끔 눈에 띄고 더승쟁길이라는 황량한 도시를 지 나면서부터 풀 한포기없는 사막이 눈에 들어왔다.
옵스아이마트(아이마트는 우리 행정구역으로 도에 해당)의 평원은 사막의 연속이 었다. 산은 나무는 물론이요 풀한포기 없는 민둥산이며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바 람뿐이다. 습도는 겨우 10%정도에 불과하고 콧속이 바싹바싹 마르고 담배맛조차 없다. 바다처럼 넓은 헤라가스호수가를 끝없이 달리기도 했다.
대원들은 그 옵스의 평원에서 수백년동안 잠들어 있는 칭기즈칸의 부장과 졸개들 을 만났다. 족히 지름이 10m나 되는 장군의 무덤과 그 주위를 둘러싼 조그만 병졸 들의 무덤을 보며 과거 치열했던 전장터를 떠올랐다.
울란바토르에서 울기로 가는 몽골 횡단길은 차로 이틀을 달려도 오로지 푸른 초원 , 하루종일 사방을 살펴도 차 한대 못보는 곳, 반나절 동안 계속되는 호수, 5시간 을 달려도 황량한 사막, 수십㎞를 지나도 겔하나 없는 그런 대륙. 또 여름에는 해 가 16시간 이상 떠 있어 더더욱 피곤한 그런 곳이었다.
대원들의 칭기즈칸 루트횡단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운 여정이었다. 수없이 많은 난관과 복병이 숨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원들은 과연 몽골대 륙을 횡단할 수 있을까 스스로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먼저 차를 타고 있는 자체가 고행이다. 바얀울기까지 가는 내내 비포장길의 연속 이었다. 다행히 울란바토르에서 하라코름까지 400여㎞구간은 아스팔트가 깔려있긴 하지만 비포장이나 마찬가지다. 길에 요철이 심해 차가 흔들릴때 마다 마루바닥 에 앉아있는 대원들이 바이킹을 타듯 이리저리 쏠렸다.
대부분의 대원들은 입술이 부르텄고 일부 대원들은 손톱새가 벌어지고 감기와 멀 미로 고생하기도 했다. 운전기사 모기의 처 바이라는 아이러니하게 진짜 모기에 물려 발이 퉁퉁 부었다. 2천230m 고지 테진다와산에서는 차가 고장이 나서 대원들 모두 맘을 졸였다.
칭기즈칸이 이끄는 기마부대도 서역정벌을 위해 수많은 난관을 통과했을 것이다. 강과 늪지대와 사막을 지나고 큰 산맥을 넘어야 했다. 또 어떤 곳에서는 복병을 만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여야 했을 것이다.
탐사대는 그런 칭기즈칸 루트를 횡단한지 만 5일이 지나 17일 오전 10시 50분 최 종 목적지인 후이뚱산이 바라보이는 베이스캠프 전방 20㎞지점까지 도착했다. 도 읍아이마크를 출발해 아르항가이-자황-바얀울기로 이어지는 모든 아이마크를 지나 울기에 도착한 것이다. 거리상으로 1천800여㎞, 지도상으로는 북위 47도에서 49 도 사이를 오르 내리며 동경 106도 44분에서 87도 58분까지 이동했다.
글 사진=은현탁기자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