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분 수습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던 3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가 돌연 연기되면서 민주당 사태는 장기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더욱이 '자성'과 '환골탈태'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던 최고위원의 일괄사퇴에 정치적 음모론이 제기되면서 사태 전개는 더욱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수습책으로 제기된 최고위원과 전 당직자의 일괄사퇴가 오히려 여당 지도부의 공백상태만 불러와 여당을 한시적이나마 '식물정당'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날 최고회의 연기에 대한 표면적 이유는 김대중 대통령의 '아세안+한·중·일 정상회담'이었다. 민주당 전용학 대변인은 "김 대통령의 '아세안+3국' 정상회담 준비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 감안돼 최고위원회의를 7일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기사유는 따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이 아무래도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최고위원회의가 통제하기 힘든 상황으로 가고 있어 회의를 연기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즉 이미 오래전에 결정된 정상회담을 이유로 최고회의를 연기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또 회의 연기에는 이인제 최고위원의 비토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른 최고위원이 대부분 청와대회의 참석을 결정한 상황에서 이 최고위원이 "이미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 마당에 최고위원 자격으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이 위원은 당과 청와대측의 참석 권유도 극구 뿌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 위원측에서 최고위원 일괄사퇴에 대한 음모론도 제기됐다. 최고위원 사퇴에 이은 2단계 전당대회론에 당권 장악을 위한 일부 세력의 음모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사실 최고위원 일괄사퇴까지의 과정을 볼때 뭔가 석연찮은 것은 사실이다. 권노갑 전 고문, 박지원 청와대정책기획수석 퇴진 등 인적쇄신의 본질적 요구가 지난 1일 당무회의에서부터 뒤로 밀려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이날 당무회의에서 동교동계와 주변인사들에 의해 최고위원 책임론이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결론은 엉뚱하게 최고위원들의 전원 사퇴 쪽으로 흘러버린 것이다. 김근태 최고위원도 "화두가 최고위원 사퇴로 옮겨져서는 안된다"면서 "책임이 최고위원들에게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정 쇄신을 주장했던 쇄신파 의원도 "결과적으로 전당대회를 빨리 치르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표시했다.
결국 동교동계 핵심에 쏠리던 쇄신요구를 최고위원 책임론으로 방향을 돌려 파상공세를 막아보겠다는 의도가 현 사태의 본질을 변질시켜 또다른 분란을 만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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