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는 우형(愚型)이라는 게 있다. 돌 놓인 모양새가 둔하고 발전성이 없는 형태를 말한다. 그 우형 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빈삼각'이라는 게 있다. 네모에서 한쪽 모서리가 비어있는 삼각형 형태인데, 이 둔하고도 어리석은 모양이 가끔 절대절명의 순간에 오직 유일한 타개의 묘수가 되기도 한다. 의미심장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소위 '빈삼각의 묘수'라는 것이다.
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각 지상에 '추석민심'이라는 기사가 많이 나와 있었다. 추석민심이 흉흉하다는 것이다. 여야정치인에 따라 해석이 물론 당연히 제각각이었지만, 다소 의아한 느낌이 든다. 추석민심을 전하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이야기가 새삼 뉴스거리가 된다는 것도 우습다. 여태까지 요즘의 민심이 어떤지 몰랐단 말인가? 추석이 되어 귀향한 의원들이 직접 민초들과 부딪혀봐서야 비로소 느끼고 체감할 정도로 현 시국이 태평스러웠다는 것인가.
그리고 나오는 타개책이니 수습책이니 하는 것들이 별무신통인 듯 하다. 그만큼 현 시국이 난마처럼 꼬여있다는 것일게다.
수가 잘 보인다는 국외자 입장에서 보니, '빈삼각'밖에 없는 듯 하다. 우둔한 '빈삼각'을 둬서 이 난마같이 헝클어진 형국을 타개하는 수밖에 없다. 영악한 꼼수나 모양만 좋은 행마로는 풀릴 형국이 아니다. 자칫 그런 수들만 남발하다가는 바둑 자체가 끝나버릴 지도 모른다.
경제는 시장경제의 기본을 지켜나가면서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을 없애 나가고, 무슨 뒤숭숭한 '게이트'같은 것들은 있는 그대로 파헤쳐서 보여주고 풀어 나가야 한다.
빈삼각은 모양이 나빠 보통 때는 발전성이 없지만, 어려운 때 가장 솔직한 '타개의 이 한수'일 수 있다. 우둔하지만 단단하고, 기교를 부리지 않지만 편안하다. 우둔한 '빈삼각'이 음흉한 '꼼수'보다는 훨씬 낫다.
6센트를 돌려주기 위해 6마일을 걸었다는 링컨의 행위가 이 우둔한 '빈삼각'같은 것이 아닐런지.
(주)나래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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