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당하는 남성 누드

입력 2001-08-20 12:25:00

요즘에는 왜 그리이스의 조각이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같은 멋진 남성 누드를 찾아보기 힘들까.

전시장을 찾으면 여성 누드는 자주 눈에 띄지만, 남성 누드는 좀처럼 감상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 여자보다 곡선미가 약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흉하다(?)는 선입견 때문일까.

미술평론가 김영동(45)씨는 "미술사적으로 남성 누드가 절대적 우위를 차지했지만 19세기 들어 여성의 인체가 타원형 원형 등 기하학적 형태와 유사하다는 사실이 발견된 후, 으레 누드라면 여성 누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아예 남성 누드를 손대지 않는 작가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를 선호하는 이들도 꽤 있다. "무슨 맛으로 남성을 그리겠는가"(작가 조몽룡)라는 반대론자가 있는가 하면 "모델 구하기 어려워 그릴 기회가 없을 뿐"(작가 이일남)이라는 소극적 예찬론자도 있다.

솔직히 남성 누드가 드문 것은 상업성과 깊은 연관이 있다. 전업작가의 경우 팔리지 않고 창고에서나 잠잘 그림을 무엇 때문에 그리겠느냐는 얘기다. 이때문에 남성 누드는 대학생의 습작이나 드로잉 작품으로나 가끔 볼 수 있을 뿐이다.

반해 여성 누드는 의외로 꽤 팔리는 편이다. 서울에 누드 작품만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몇몇 컬렉터들이 있고, 대구에서도 점잖은 포즈의 작품은 그런대로 나가는 편이다. 이같은 환경 탓에 국내에서 남성 누드를 가끔이라도 그리는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중 작가 이병헌(47)씨가 대표적이다. 지난 94년 서울 전시회에서 시인이자 계명대 불문과 교수인 이성복(50)씨의 전라 누드를 발표, 화제를 모았던 그는 한번씩 외국인 노동자, 남자 아이 등의 누드를 그리고 있다.

이씨는 "여성 누드는 선(線)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지만, 남성 누드는 근육과 골격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다"면서 "친구나 친지가 아니면 모델을 해주지 않아 다양한 작품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거울을 보고 자신의 누드를 그리는 작가도 있다. 지난해 계명대 미대를 졸업한 윤준구(28)씨는 올 4월의 첫 개인전 '신혼여행'에서 자신의 전라 누드를 20여점 내놓아 관심을 끌기도 했다.

여성의 경우 풍만한 느낌을 주는 모델이 선호되지만, 남성의 경우 근육과 뼈대가 확연히 드러나는 '골체미'를 갖춘 모델이 적합하다. 3년전부터 계명대 미대가 60대 노인과 학생 등을 모델로 세우는 등 남성 누드의 대중화(?)를 시도했지만, 일년에 몇차례에 불과한 정도다. 모델은 완전히 벗는 것이 아니라 팬티를 입는다고.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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