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지난 5월 15일 내놓은 '2000년 교육부문 사회통계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73%가 과중한 교육비 부담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구당 교육비 지출은 한달 평균 37만1천원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중에서 학교 납입금이 16만2천원, 과외비는 12만9천원에 이르렀다. 한달 교육비는 대학생에게 54만7천원, 재수생에게 36만6천원, 고등학생에게 22만7천원, 중학생에게 17만5천원, 초등학생에게 11만2천원, 취학전 아동에게 12만2천원이 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 사회의 복지 모델이었던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우리들에게는 교육경쟁의 모델이 된 셈이다. 이미 초등학교 취학전부터 이 경쟁은 시작된다는 점이 미취학 아동들에게 드는 사교육비가 초등학교 취학 아동들에게 드는 교육비보다 평균 1만원 더 많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저소득층은 공교육비 부담조차 힘겨워 하는 형편이고, 중산층 이상에서는 늘어나는 사교육비 부담을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비록 교육비 부담에 힘겨워할지라도 우리나라의 교육열 하나만은 아직 IMF의 주름살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높은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학교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낮다는 점이다. 중고교생과 대학생들의 학교시설에 대한 만족은 23% 수준에 그쳤고, 41.2%가 불만이라고 답했다. 또한 학교 교육방법에 대한 만족도도 23%에 그쳐, 불만스럽다는 응답 32%에 못미친다. 최근 공교육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학교교육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가져온 필연적 귀결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원교육과 같은 사교육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를 나타낸다. 사교육에 의존하려는 경향은 비록 경제적 부담은 문제로 남지만 아직 높은 교육열의 열기만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믿어온 구석이 없지 않다. 더 큰 심각한 문제는 학교교육제도를 적대시하여 이를 뒤흔드는 힘과 학교교육으로부터 탈피를 부추기는 운동들이다. 최근 인터넷상의 안티스쿨사이트나 아이노스쿨사이트가 보여 준 학교교육제도 뒤흔들기나 자퇴와 가출의 부추김이 그 단적인 실례이다. 그들은 학교 밖에 길이 있다는 단견으로 '밖의 길'을 선택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노스쿨사이트 개설자는 15세된 소년이고 보면 그가 알고 있는 밖의 길이란 실로 아주 제한되고 불확실한 가능성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대안을 통해 교육에 대한 믿음을 가꾸어 보려는 대안학교운동과도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근들어 정부가 앞장서서 신지식인 모델을 강조하고 조심 없이 확산시킴으로써 정상적인 교육형 인간형의 입지를 약화시킨게 사실이다. 이것이 청소년들에게 교육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수고보다 교육 밖의 넓은 문으로 들어가는 안이함을 부추기지는 않았는지 되짚어 보아야 할 일이다. 특수분야에서 장인정신과 기량을 지닌 자를 장인으로 인증하는 장인제도를 활성화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장인도 신지식인도 교육제도의 틀 속에 수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백년대계로 계승·발전시켜야 할 교육제도를 정권이나 장관이 바뀔 때마다 뒤바꾸는 경솔함은 이제 사라졌으면 좋겠다. 교육에는 왕도가 없다. 튀는 아이들의 희귀한 성공사례를 보통 아이들이 밟아야 할 정상적인 교육사례에 대응시켜서는 안된다. 밖의 길로 튀어 나간 아이들이 신지식인의 화관을 쓰고 돌아오기보다는 십중팔구 탕자의 모습으로 나타나기 십상이라는 일반적인 사실을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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