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통위반신고와 도덕심 앙양

입력 2001-05-25 14:07:00

교통위반신고포상제가 도입취지와는 달리 엉뚱한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어 근원적인 방향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제도가 실시된지 70여일이 지난 시점에서 신고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총 72만3천300여건으로 하루에 1만건이나 신고됐고 200건이상을 신고한 인원이 606명에 달했다고 한다. 또 위반내용별로 보면 약 70%인 48만6천여건이 중앙선침범이고 신호위반 15만8천여건, 고속도로 갓길운행 7만4천여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내용은 결국 신고꾼만을 양산했다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로 나타났고 그것도 비교적 사진찍기가 손쉬운 불법 U턴이나 고속도로 갓길운행, 신호위반이 주종인걸 알 수 있다. 특히 한사람이 최고 9천684건을 신고했다는건 아예 직업으로 나섰다는 얘기와 같다.

또 한곳에서 수백건의 불법 U턴이 무더기로 신고된건 도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걸 의미한다. 범칙금통지서를 받은 위반자들 대부분이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누가 이런 짓을 했나' '마치 내 속옷을 드러내보인것 같다'는 불쾌감 내지 적개심만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물론 위반자의 양식에도 문제가 있지만 이쯤되면 신고포상제는 어딘가 문제가 많다고 봐야한다.

사고다발지점의 신고나 도심 대로변의 주차행위에 대한 신고는 드물다. 더욱이 특정지점의 대량 적발로 집단민원이나 시위가 일어나고 심지어 신고꾼이 이를 미끼로 위반자에게 금품갈취용으로 쓰여졌다니 어이가 없다. 교통경찰관의 부조리가 범죄로 재현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이쯤에서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할 계제이다.

예컨대 사고로 직결되는 몇몇 케이스를 정해 신고토록하는 신고범위를 한정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문제는 시민들의 도덕심을 고양시켜 결과적으로 위반자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전환이 절실하다는걸 경찰청은 깊이 새겨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차라리 교통경찰에 맡기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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