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대륙을 달린다(19)

입력 2001-05-09 14:25:00

◈중국 횡단철도(TCR)-아라산코우

중국 국경마을 아라산코우는 중국횡단철도(TCR)의 종착지이자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대륙의 관문이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철길로 220㎞ 떨어진 이곳은 카자흐스탄의 드루즈바와 철조망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해 있다.

아라산코우는 사막 한가운데 외딴섬같은 존재로 주변 풍광이 삭막하기 그지 없다.사막조차 카라쿰(붉은 사막)도 키질쿰(흰 사막)도 아닌 거친 돌과 흙이 뒤섞인 '타클라마칸'(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뜻)으로 특별히 오지체험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고선 매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라산코우엔 간혹 이곳을 찾는 외지인을 위한 호텔이 서너곳 있긴 하나 말이 좋아 호텔일뿐 규모가 작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심지어 전화를 한번 걸려해도 교환원 옆에서 10분씩은 기다려야 할 만큼 통신사정도 좋지 않다.

그래도 굳이 특색을 대라면,돌멩이가 허공에 날아다닐 정도로 세찬 바람과 살인적인 추위가 독특하다고 할까.취재팀이 도착하기 10여일 전에는 달리던 화물열차가 바람에 나뒹굴었다고 호텔 직원은 전했다.

그 직원에 따르면 지붕이 날아갈 정도의 강한 바람이 연중 15일 이상 불고,겨울엔 기온이 영하 40~50도를 예사로 오르내린단다.겨울엔 관계 당국이 온도를 10℃씩 올려 발표하는데,이는 혹한에서 일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특근수당(임금의 50%)을 절약하고 대외적인 이미지도 염두에 둔 처사라 하니 그 추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렇다보니,1990년 10월 TCR 환적시설이 들어서기 전까지 이곳엔 이 광적인 기후를 측정하기 위한 기상관측소만 하나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 이곳엔 5천여명이나 되는 주민이 살고 있다.그들이 여기에 머무르는 이유는 단 하나,바로 TCR 환적시설이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이같은 악조건을 무릅쓰고 중국 정부가 굳이 이곳에 환적시설을 만든 까닭은 뭘까.

아라산코우의 지리적 위치(지도참조)가 이를 잘 설명해 준다.즉 톈산산맥의 거대한 벽을 끼고 힘겹게 흘러가던 철길이 마침내 숨통을 트고 광활한 중앙아시아 대륙으로 빠져나가는 바로 그 길목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아라산코우는 중국 톈산산맥의 끝자락 아라타오산과 카자흐스탄의 바르루커산맥 사이의 길이 90㎞,폭 20㎞의 회랑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환적지로선 최적지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의 철도는 한국,북한과 마찬가지로 철로폭이 표준궤(1,435m)인데 반해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CIS 국가들은 모두 광궤(1,520m)라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열차 통행이 불가능하다.

이럴때 방법은 2가지.즉 화물을 궤도폭이 다른 기차로 옮겨 싣거나,아니면 화물은 그대로 두고 기차를 들어올려 바퀴를 통째 바꿔 버리는 것이다.

전자는 아라산코우에서,후자는 카자흐스탄 드루즈바에서 각각 이뤄진다.화물을 기준으로 보자면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로 가는 화물은 드루즈바에서,반대로 중국으로 오는 화물은 아라산코우에서 환적한다.

취재팀과 동행한 중국 쿠이툰 철로판사처 장취창(아라산코우역 초대역장) 부주임은 "아라산코우역에는 14개 환적전용 선로가 있는데 4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기준으로 하루 300개까지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라산코우의 환적물량은 1998년 236만t,1999년 354만t,지난해 425만t 등 해마다 100여만t씩 증가하고 있다.연간 환적능력이 450만t이니 거의 한계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화물은 1997~1999년까지 한해 평균 1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분량) 가량이 이곳을 통과했으나 그 대부분이 우즈베키스탄으로 가는 대우자동차 부품이었다.결국 지금은 거의 중단된 상태.

아라산코우 도로세관 리츠창 과장은 "중앙정부에 아라산코우를 면세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건의한 상태인데 이것만 성사된다면 수출.입화물은 서류검사만으로 관세없이 통과할 수 있게 된다"면서 "세관도 '막는 기관'에서 '서비스 기관'으로 사상을 전환,수속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김기진기자

사진: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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