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손 스웨덴 총리 방북

입력 2001-04-30 14:08:00

요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의 북한방문은 유럽연합(EU)이 사상 최초로 한반도 문제의 중재자로 나선다는 점에서 우선 방북 실현자체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EU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에 있어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의 위치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보완적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렇지만 페르손 총리의 이번 방북을 계기로 EU와 북한간의 공식적인 대화채널이 개설되고 양측의 수교문제가 완결되는 등 대북(對北) 교류와 협력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EU는 대북관계 개선을 통해 향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이어 한반도문제에 능동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으며, 페르손 총리의 방북은 이러한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페르손 총리의 방북은 EU와 스웨덴의 대북관계 설정에 국한하기 보다는 남한-북한, 북한-미국, 한국-미국, 그리고 EU-미국 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다면적인 접근과 분석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페르손 총리의 평양-서울 연쇄 정상회담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워싱턴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있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대북관계에 있어 엄격한 상호주의를 적용하는 등 강경대응기조를 천명하고 대북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에 착수함으로써 미사일회담 등 북.미대화가 중단되고 이로 인해 남북관계도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이번 방북의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페르손 총리등 EU 고위대표단은 이번 남북한 연쇄방문을 통해 북한과 미국이 대화를 재개하고 동시에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과 남북이산가족 재회 등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의 이행을 통한 남북관계 증진를 위한 여건조성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웨덴측이 방북조건으로 제시한 내용중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노력과 미사일문제에 각별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이들 현안이 남.북한과 북.미관계 개선의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페르손 총리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답방시기를 비롯한 남북관계 진전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미사일문제에 관해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올 경우 한반도 정세는 급격한 변화의 기류를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으로서도 EU의 중재를 통한 북한의 개방과 개혁의지 표명, 그리고 남북화해무드 재조성 등을 대북강경기조 전환의 명분으로 삼아 미사일회담 재개 등 북한과의 대화재개를 시도할 여지가 없지 않다.

또한 페르손 총리의 남북한 방문이 시기적으로 6월중순으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의 취임후 첫 유럽 공식방문 및 미-EU 정상회담,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 완료를 앞두고 이뤄진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 북한의 개방과 개혁의 지속여부는 궁극적으로 북한 스스로의 판단과 결심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페르손 총리가 이번 방북을 통해 어떤 성과를 얻게 될 것인지는 실제 회담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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