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게을러야 무병장수

입력 2001-04-20 15:17:00

'임종 직전까지 최대한 건강하게'. 21세기 의학의 목표는 주어진 천수(天壽)를 건강하게 누리게 하는 데 있다고 한다. 국제노화학회도 인체의 모든 장기가 제 기능을 하면서 건강하게 살다가 어느 순간 임종을 맞도록 하는 '생명 커브 직각화'에 연구 목표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지난해 7%를 넘어서 유엔이 정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지만, '늙고 병든 인구'만 늘어나 노인들의 질병과 고통의 해결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병들지 않고 오래 사는 비결이 정확하게 알려진 게 거의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다만 여러 이론(異論)이 있을 뿐이다. 얼마 전까지 만도 타고난 유전적 프로그램에 의한 '예정설'과 주위 환경에 따른 손상에 의한다는 '오류 누적설'로 대별됐으나, 근래에는 이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고령화 사회는 백색의 도화지와 같다는 말도 나오는 모양이다.

고령화 사회가 진전될수록 '유병장수(有病長壽)'하는 노인들이 많아진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 조사에 따르면 75세 이상 노인 가운데 40% 정도는 누군가가 옆에서 보살펴 주어야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들에 대한 의료비용 증가와 간호보호의 어려움이 따르므로 국가와 사회가 이에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국민 모두가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다. 여러 주장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말 뾰족한 '무병장수(無病長壽)'의 비결은 없을까.

최근 게을러야 건강에 좋고 오래 살 수 있다는 이색 주장이 나와 화제다. 건강학을 가르치는 독일의 한 대학 교수가 내과의인 딸과 함께 낸 '게으름의 즐거움에 관해'라는 책에서 '너무 열심히 달리면 기억상실에 걸리고 일찍 노쇠하게 된다'며, '남는 시간의 절반 정도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내면서 걷기와 같은 완만한 운동을 하는 게 건강에 좋다'고 했다. 그는 또 근무 중에도 긴장을 풀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강녕수복(康寧壽福)'을 염원했다. 그 때문에 거기에 이르는 온갖 길을 찾아나서기도 했다. 더구나 21세기의 노인들은 개인적으로, 집단적으로 이전의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연령대를 살게 되는 일종의 '신세대'들이다. 이들은 사회 전체의 근본 구조와 성격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해 보더라도 노인들의 '무병장수'의 길은 국가와 사회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찾아져야만 하리라고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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