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데스크-봄은 오락가락하고

입력 2001-04-03 15:31:00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는 들을수록 자연의 질서가 어쩌면 저렇게 정갈하고 정연할까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했다는 우리로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니다. 봄인가 싶더니 여름이고 그러더니 바람불고 눈이 펄펄 거리는 겨울로 매몰차게 홱 돌아서 버린다. 여간 예사롭지가 않다. 왜 자연의 이치가 이토록 정연하지 못하고 매몰차게 홱 돌아 서 버릴만큼 가파르기만 할까. 이유야 여러 갈래겠지만 그 속에는 무겁고 무서운 염려 하나가 있다. 그런 자연을 우리는 응당 닮아가기 마련이라는 염려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한 구석이 불안하다. 오락가락 하는 요즘같은 봄의 불안 말이다.불안한 4월의 봄

장관에 이어 차관급도 대폭 갈렸다. 새 술이 새 부대에 담겨 지기도 했지만 헌 술이 새 부대에 담겨 지기도 했다. 혹은 헌 술이 헌 부대에 담겨 지기도 해 야박스러울 만큼 사람들의 입방아가 쉴 새 없다. 집권 후반기의 강력한 추진력이 생길거라는 사람도 있고 무슨 오기인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오기로 한 인사라는 평도 있었다. 여기다 TK는 전멸이라는 등 지역 감정까지 곁들여 흥분하는 축도 있었고 오죽하면 장관하다 차관 자리라도 넙죽 했을까 하는 안쓰러움도 있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전혀 그럴리 없다던 장관도 미련이야 억수로 깔렸겠지만 별수없이 물러 나야 했다는 후문이고 보면 그 양반의 봄은 더욱 오락가락 했던 셈이다. 하기사 인사는 칼 자루 쥔 쪽이 절대적인걸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일이질 않는가.

나라 곪아터져도 책임지는 사람 없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사람들로 인의 장막을 치면 눈병 하나는 잊어 버릴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못하다. 눈병에는 종류도 많고 게중에는 전염성이 강한 눈병도 많지 않은가. 그래서 자칫 주위가 눈병으로 치레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잘못된 귀여운 사람들의 장막이 되레 눈엣 가시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장막 속에 믿음이 없고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로 우글거리면 그 장막은 그저 병균만 득실거리는 장막일 뿐이다. 특히 변덕스런 이런 봄에는 정말이지 그런 장막이 곁에 있기만 해도 눈병나기 좋은 계절이다.

옛날 어떤 임금이 신하들중 그래도 충신이라 분류되는 대신들의 정직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 쇳조각 가루를 꽃씨라 속여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는 훗날 아름답고 예쁜 꽃을 피우는 대신에게는 후한 상을 내리겠다고 했다. 후한 상이라는게 궁금하지만 그러나 눈꼽 만큼도 중요할게 없다. 이듬해 봄이 되어 대신들은 모든 재주를 동원해 저마다 아름답고 예쁜 꽃들을 피웠다. 그런데 유달리 한 대신만이 그 씨앗에서 꽃을 피우지 못한채 임금 앞에 울면서 내밀었다. 뒷 이야기는 계속 할 필요가 없다. 비록 쇳가루지만 다른 대신들은 다 꽃을 피웠는데 유독 그 대신만 꽃을 피우지 못하는 미련. 오락가락 하는 요즘 같은 이런 봄에는 그래도 우화치고는 꽃내음이 물씬 거리지 않는가.

남명 조식 같은 이가 그립다

더 꽃내음이 물씬 거리는 이야기라면 퇴계와 마찬가지로 올해 탄생 500주년을 맞은 남명(南冥) 조식(曺植 1501-1572)선생의 그 유명한 '단성소(丹城疎)'를 빼 놓을 수 없다. 윤원형이 왕을 업고 위세를 부리던 명종시절. 여러차례 벼슬을 사양해온 남명은 또 다시 조정이 단성현감이라는 벼슬 자리를 내리자 강직하고 날카로운 사양의 붓을 든다. 갓 20대의 명종. 그 때의 임금은 하늘같은 신성불가침한 존재. 그러나 남명은 명종을 아직 어리며 돌아가신 임금님의 고아로 칭하고는 대비 문정왕후를 구중궁궐의 한 과부에 불과하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나라는 이미 근본이 없어졌고 벼슬아치들은 아랫자리까지 히히덕 거리며 술과 여색에 빠졌고 높은 벼슬아치들은 윗자리에서 빈둥빈둥 거리며 나라의 형세가 곪을대로 곪았는데도 누구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직의 벼슬아치들은 당파를 심어 권세를 독차지 하려 들며 억만 갈래로 흩어진 민심을 어떻게 수습할 것이냐고 묻기까지 했다. 벼슬자리 팽개치는 것도 뭐한데 임금에게 이렇게 말 할 수 있다니. 정말 남명의 봄은 지극한 봄의 향기 그 자체다.

오늘. 오랜만에 봄다운 날씨다. 그러다가 언제 또 홱 돌아 서 버릴지 모르는 잔인한 4월의 봄 날씨. 우리는 그저 불안하다. 달러가 치솟고 수출이 안되고 실업자가 100만을 웃돌고 보너스 없이 깎인 급료로 지탱해야 하는 많은 우리들은 그저 불안하다. 그래서 벼슬아치들은 더욱 사양을 하지 못하는가 보다. 그래서 아무도 남명이 되지 않으려 하는가 보다.

김채한 북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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