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減稅정책 옳으나 신중해야

입력 2001-03-15 14:35:00

진념 재경부장관이 "과표가 빠르게 현실화되는 만큼 세율을 중장기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우리나라도 감세정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감세정책은 81년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공급경제학을 기본으로 한 경기진흥정책으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때까지 미국 경제는 케인즈의 수요경제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든 미국은 감세정책의 효과로 10년 뒤부터 10년 호황이라는 황금열매를 따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감세정책은 이러한 경기부양이나 경제발전전략으로 채택하는 것이 아니다. 신용카드의 사용 증가로 세원(稅源)이 노출되어 과표가 현실화됨으로써 세부담도 급격히 늘지 않도록 인하하겠다는 것이며 동시에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도 낮추므로 우리도 기업과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낮추겠다는 것이다. 재정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까지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세금동조 현상이다. 이는 한 나라가 세금을 낮추는데 다른 나라가 낮추지 않으면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한마디로 세계화가 가져온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감세정책은 옳다. 그리고 경기부양을 목표로 하지 않은 현실화 차원이라는 정책적 선택도 맞다고 본다. 그러나 경기부양차원에서의 감세도 검토해야 한다는 유혹에는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레이거노믹스와 우리는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감세정책에 영향을 주는 경제의 투명성은 물론 각종 규제의 수준 그리고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미국과 우리는 다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의 소비 위축은 경기 사이클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구조조정과 해외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것이기에 감세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그리고 우리의 세금이 높다지만 각종 공제.감면액을 빼면 실효세율을 오히려 더 낮으며 특히 재산세 등은 우리가 선진국보다 낮은 편이다. 또한 공적자금 조성 등으로 재정적자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시점이므로 이 점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선택적으로 감세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자상거래 업체에 대한 세금경감 등 정보화라는 시대적 상황에 맞춘 감세정책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그리고 IMF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심화된 부익부 빈익빈 구조의 시정을 위해서도 그렇다. 지금껏 문제가 되어오던 부가세율도 검토할 때다. 다만 끝까지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감세정책이 인기주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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