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차 문제 우수작

입력 2001-02-23 00:00:00

우리는 흔히 원칙대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원칙대로 모든 일을 처리할 수가 없는 경우가 생긴다. 이 때에 우리는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어느 때에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어떤 경우에 융통성 있게 일을 처리해야 할까?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원칙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융통성 있게 일을 처리해야 할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예시문에서 제갈공명은 원칙에 따라 마속을 처벌하는데, 원칙과 융통성 둘 다 중요한 것이지만 이 중에서 원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융통성은 원칙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원칙보다 융통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정부가 IMF경제 위기를 맞이한 것은 원칙에 따르기보다 융통성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유럽 선진국에서는 원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면서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융통성을 발휘한다. 우리는 원칙은 무시한 채 모든 일을 처리하다가 어느 시점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그 때 원칙을 찾아 일을 처음부터 다시 처리한다. 이것이 문제이다. 분명히 융통성은 원칙에 따를 때 일이 잘못되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하지 그것이 주가 될 수는 없다. 부정부패가 심각한 남미, 동남아시아 지역을 보면 원칙보다는 융통성을 중시했음을 알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원칙은 오히려 나라의 기강을 약하게 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일정한 원칙에 따른 법.질서가 없다면 혼란, 범죄가 난무하게 될 것이다.

몇 년 전,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 내에서 위법을 저지른 한 외국인 청년에게 태형이라는 고유의 처벌을 가한 적이 있다. 자칫 외교적인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행위를 한 것은 싱가포르 정부가 얼마나 원칙을 중시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인구나 국토 면적, 자원 등에서 불리한 조건을 안고 있는 나라이다. 하지만, 위와 같이 원칙을 중시하는 배경 하에 국가의 기강이 확립되었고 이것은 이 나라가 아시아의 신흥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중요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원칙만 중시하면 인간 관계가 냉정하게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정만으로 이 사회를 이끌어 간다면 그것은 사회가 발전하는데 악영향을 줄 것이다. 하나 둘씩 원칙을 위배하면서 정에 따라 일을 처리한다면 통치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서양의 선진국들은 정부의 고위 관리라도 법률을 어기게 되면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오늘날 여러 민족이 모여 사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의 리더라는 위상을 차지하게 된 것은 원칙 중심의 정책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에 의한 정책이나, 특별한 이유가 없이 융통성만을 따르는 것을 버리고 원칙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인간이 이 지구에 문명을 일으키고 정착생활을 해 온 이래로 원칙이라는 존재는 인간 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되었다.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한 것은 도구를 개발하고 사용한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체계적인 질서와 법이 있고, 그에 따라 사회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원칙은 인간 생활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오 성 수

(덕원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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