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한방-식체

입력 2001-02-21 14:18:00

기분이 나쁠 때 음식을 먹거나, 어색하고 불편한 자리에서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다 보면, 먹은 음식이 가슴에 꽉 막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것을 흔히 '얹혔다'거나 '체했다'고 한다. 체(滯)란 기체(氣滯)의 줄임말. 기가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고 체하게 됐다는 뜻이다.

체해 가슴이 뻐근하고 답답한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되지만, 때로는 여러 날 불편함이 계속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음식물 때문에 위장관 주변의 기가 순환하지 못하고 정체됐다가, 음식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내려가는데도 기는 그대로 머물기 때문에 나타난다.

모든 병은 기의 이상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음식에 체해도 단순한 소화불량증 뿐 아니라 기의 이상으로 인한 다양한 병증까지 유발된다. 머리가 자주 아프거나 어깨가 결리며, 온몸이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고 손발에 쥐가 잘나는 등은 가벼운 증상이다. 심하면 신체의 활동 상태나 내장의 강약에 따라 더 다양한 병증이 일어난다.

식체에도 두가지가 있다. 상한 음식을 먹거나 몸과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에서 음식을 먹거나, 평소보다 과식함으로써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찾아오는 급체(急滯), 평소 위가 약하거나 식사가 불규칙하고 근심이 많을 때 점차로 소화가 덜 되면서 체기가 쌓여 불편을 느끼는 구체(久滯)가 그것이다.

숨도 제대로 못쉴 만큼 심한 급체 때는 손끝과 발끝에서 피를 몇방울 나게 해 기를 풀어 주면 숨쉬기가 편해지고 답답한 증상이 없어질 수 있다. 한두 끼 식사를 거르거나 소화제를 먹는 것으로 낫기도 한다.

위의 소화기능을 높이기 위해 배 전체를 손바닥으로 문지르거나 쓰다듬어 주고, 특히 명치 끝에서부터 갈비뼈를 따라 문질러 주거나, 정중선을 따라 배꼽까지 문지르며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눌러도 좋다. 척추의 비수·위수·신수혈을 중점적으로 눌러 주거나 압통점을 눌러 주기도 한다. 엄지와 검지 사이의 합곡혈을 지압해도 효과를 본다.

체를 고쳐 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침으로 기를 소통시키는 것이다. 체가 오래되거나 좀처럼 낫지 않을 때는 기를 다스려 체기를 풀어주는 한약을 함께 써서 기를 조절해 줘야 한다.

정희천(대구시 한의사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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