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결혼은 선택 직업은 필수

입력 2001-02-10 14:13:00

장례지도과, 인터넷정보과, 대중가요과, 발효건강식품과, 관광가이드과, 신발공학과,카지노딜러과, 커피학과…. 요즘 대학에서 새로 신설되는 학과를 보면서 격세지감을 실감한다.

나의 학창시절, 그 시절의 공부 잘하는 여학생들이 1순위로 선택하는 학과는 가정학과였다. 가정과 졸업한뒤 소위 '사'자 달린 신랑 만나 현모양처라는 이름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여자 팔자로는 상팔자라고들 했다.

그런데 2001년 지금의 신세대들에게 '결혼은 선택, 직업은 필수'란다. 그 중요한 직업의 선택이 대개는 대학의 전공에 따라 결정된다. 다행히 직업이 전공과 연결돼 자기가 하는 일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보람을 느끼며 경제적인 여유까지 누린다면 더없이 행복한 삶일텐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더러는 부모의 강압에 의해,수능성적에 맞춰 전혀 자기의 개성이나 적성이 무시된채 학과를 선택하고 직장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적성과 관계없는 학과나 직장이라면 한번 뿐인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삭막하고 고달프겠는가.

교육은 그 시대 정신문명의 조건만큼 이루어진다고 한다. 세계를 한 바퀴 도는데 30분밖에 걸리지 않는 전세계의 일일 생활권 시대가 10~15년 후에 다가오는 사회에 살면서 우리의 자녀들이 획일적이 아닌, 진정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면 대통령의 아들과 거지의 아들이 평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교육이다. 이제 우리의 교육은 지역과 성별,경제력의 수준 차이에 관계없이 개개인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교육, 소질과 재능을 꽃피우게 하는 교육, 그러면서도 도덕적 훈련과 인간존중의 정신,창의력을 북돋우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의 경쟁상대가 이웃 아이가 아니라 세계인임을 인식하고 내 자식, 내 제자의 학과 선택이 부모의 대리만족이나 교사의 실적 올리기 위함이 아니길 간절하게 소망해 본다.

영희유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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