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고된다면

입력 2001-02-06 15:34:00

평생직장으로 알고 일하던 사람에게 어느날 갑자기 해고 통지서가 날아든다면?미국 CNN 방송이 캐들린 내털리를 예로 들며 최근 이 문제를 다뤘다. IMF한파 이후 폭풍처럼 한국을 휘둘렀던 실직의 문제가 지금 미국에서 허리케인으로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털리는 22년간 일해 오던 직장에서 작년 10월 정리해고 대상자가 됐다. "나는 정말 말할 수 없이 착잡한 감정에 사로잡혔습니다. 분노, 비애, 그리고 뭔가 답을 듣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수많은 질문들이 나를 휘감았습니다". 그녀는 "내가 얼마만큼 내 일에 애착을 가졌었느냐는 문제가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노동자가 갑자기 실직하게 되면 무엇보다 심각한 스트레스를 당하고, 그게 이어지면 가정불화.이혼은 물론 자살충동에까지 빠지게 된다. 경제적 측면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것 같은 심리적 공황에 직면하게 되는 게 더 문제이다.

실직 상담 전문가인 볼레스는 "실직자 심리상태의 특징은 충격과 거부"라고 했다. 해고에 따른 충격과 그것을 거부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일어난다는 것. 다음에는 자신이 가졌던 직업에 대한 애착과 동경이 일고, 그렇게 되면 퇴출시킨 회사에 대해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결국엔 자신의 처지를 인정, 심한 우울감에 낙담하고 당혹감에 어쩔 줄 모르는 심리적 공황으로 이어진다는 얘기이다.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가까운 친지.동료.이웃 등으로부터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라고 볼레스는 말했다. 그러나 그 자신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 털고 일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 가지 예로, "차분히 앉아 그동안 감사를 느꼈던 주변 인사들에게 감사를 보내기 위한 명단을 작성해 보라"는 것이다.

실직자 지원단체 설립자 대니얼 버클도 "시간이 상처를 아물게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참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두르다 좌절하면 옳은 결정을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실수를 자초, 뭣이든지 부정적으로 거부하려 들게 된다"고 했다. 실직은 남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어느날 당신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선 심리적 위축에서 벗어나 새 길을 모색하는 전기를 마련토록 해야 하며, 실직은 한때 지나가는 소나기일 뿐 끝없이 내리는 비가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토록 충고했다.

실직자 내털리 역시 세월이 흐르면서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실직 후 그걸 계기로 병으로 죽어가는 어머니를 더 많이 돌볼 시간을 얻게 된 것도 바로 그같은 경우에 속했다. (외신정리=국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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