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실 못하는 장애인용 점자블록파손잦아 도심흉물로 예산만 낭비

입력 2001-01-29 12:11:00

대구시내 각 구청이 일제히 깔고 있는 장애인용 점자블록 가운데 상당수 콘크리트 제품이 설치한지 수개월만에 부서져 나가고 있어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구간은 장애인 안내도로 구실을 못하고 있고, 해당 구청에서는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을 않고 있어 이들 점자블록이 도심의 흉물로 둔갑해 있다.

대구 8개 구.군청은 지난 98년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익증진법' 시행에 따라 횡단보도 및 도로와 접한 인도 9천745곳을 장애인 점자블록 설치 장소로 선정, 지난해까지 4천128곳에 점자블록 설치를 완료했다.

올해도 달서구청의 경우 100곳에 1억5천만원의 예산을 편성하는 등 각 구.군청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점자블록 설치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달서구청, 남구청, 달성군, 북구청, 동구청 등이 고무제품보다 비용이 싸다는 이유로 콘크리트 점자블록을 설치하고 있으며, 이중 상당수가 파손 또는 균열이 심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중순 달서구 월성동 영남맨션 101동 입구 횡단보도에 설치한 70여개의 콘크리트 점자블록 가운데 25개가 파손이 심하며, 월성동 화성타운 105동 입구에 있는 18개 점자블록의 경우 절반이 망가져 있다.

달서구 송현동 대서초등학교에서 청소년수련원으로 가는 횡단보도 점자블록의 경우 70여개 가운데 30% 이상이 설치 6개월여만에 부서지면서 점자블록의 기능을 잃었다. 또 북구 침산네거리 침산파출소 앞 횡단보도 일부 점자블록도 깨져나가 주변이 어지러운 상태다.

이같은 현상은 일반 인도블록과 달리 점자블록의 강도에 대해서는 KS규정을 마련해 놓지 않아 부실 제품의 규제 장치가 없는 데다 해당 구청들이 이를 그대로 구입해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대구시지부에서는 쉽게 부서지고 발에 닿는 촉감도 떨어지는 콘크리트 점자블록보다 고무 제품 설치를 요구하고 있으나 해당 구청에서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콘크리트 제품을 고집하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콘크리트 제품은 개당(30×30cm) 2천여원인 반면 고무 점자블록은 그보다 10배까지 비싸 쓰기가 힘든 실정"이라고 했으며, 달서구청 관계자는 "부서진 점자블록에 대해서는 납품업체가 무료 교체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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