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역 진출 본격화향토 건설.유통업체 초긴장

입력 2001-01-29 12:14:00

롯데그룹의 대구 진출이 구체화한 것을 비롯해 역외 대기업들이 대자본을 앞세워 지역 건설, 유통산업을 적극 공략하고 있어 향토기업과 영세상인들의 생존에 비상이 걸렸다.

역외 대기업들의 역내 진출은 지역 경제 활성화란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자본 규모에서 열세인 향토기업과 영세상인들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유통.건설.레저산업의 경우 소비성향이 짙은 서비스업종으로 역외 자본이 대거 진출할 경우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게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역의 건설, 유통산업의 경우 IMF 구제금융 사태 이전까지 향토기업들이 텃밭을 지켜왔으나 최근들어 대기업들의 공세에 밀려나고 있는 양상이다.

건설업의 경우 삼성그룹 건설 계열사 등 역외 기업들이 대형관급 공사를 잇따라 수주한데 이어 오는 3월말 입찰 예정인 2003년 유니버시아드대회 선수촌 공사에도 현대건설, 두산, 포스코개발 등 대기업이 주간사 자격으로 응찰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역 건설업체인 화성산업, 영남건설, 태왕 등은 이들 대기업이 주간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코오롱건설은 분양경기 침체 속에서도 본격적인 지역 진출을 목표로 달서구 진천동에 아파트 분양을 했고 역외 기업인 부영도 북구 칠곡지구, 경산 사동지구 등에 대단지 임대아파트를 건축 중이다.

특히 롯데는 최근 지역 최대 아파트사업(3천240가구)인 수성구 메트로팔레스의 주간사 겸 우방과의 공동시공사로 선정돼 지역 아파트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롯데는 이와함께 대구시와 투자협상을 통해 구 50사단 부지 1만6천평을 매입해 1천500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오피스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대구종합유통단지내 호텔 조성, 대구종합경기장 지하 쇼핑몰 건립, 대구대공원에 대규모 위락시설 조성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역 대형할인점 시장은 역외 대기업들의 각축장이 돼 버렸다. 홈플러스, 까르푸, E마트, 마그넷 등이 진출, 지난해 모두 6천억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중 E마트 만촌점, 홈플러스 칠곡점 등 4~5개의 대형할인점이 더 들어설 예정이어서 지역 유통업계와 영세상인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대백.동아백화점이 양분한 지역 백화점 시장에는 롯데가 지난해 11월 포항점을 개점, 시장 잠식에 나선데 이어 오는 2002년쯤 대구역사백화점 개점과 함께 상인동과 범어동에 신규 백화점 입점을 검토 중이다.

이같은 대기업들의 파상적인 지역 시장 공략에 속수무책인 향토기업과 영세상인들은 입지 위축을 우려,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구미지역의 경우 비슷한 위치에 롯데 마그넷, 홈플러스 등이 대형할인점의 잇단 진출에 대비, 시의회를 중심으로 일괄적인 교통영향평가 등을 통해 무분별한 대형할인점의 진출을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역 건설업체 한 임원은 "지역기업을 자본력과 시공경험이 월등한 대기업과 같은 잣대로 평가할 경우 대형 민.관급 공사는 모두 대기업의 몫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한규 계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향토기업들은 대기업의 잇단 진출에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내적 자생력 확보에 총력을 쏟아야 할 것"이라며 "역외 자본의 진출이 경제활성화에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는 있지만 서비스업종에 편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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