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미 대통령 방북 무산너무 재던 북한 기회 놓쳐

입력 2000-12-29 12:19:00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끝내 좌절됐다.

이에따라 지난 10월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전격적인 방미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평양 답방을 계기로 빠른 속도로 확산되던 북미 화해 분위기는 일단 제동이 걸렸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가 마무리될 향후6개월 정도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 전망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8년 임기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외교적 업적으로 북한 미사일 위협 제거를 내세운 것은 나름대로 상징성을 갖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등장한 직후 터진 북한 핵 위기는 1994년에 체결된 제네바 기본합의로 일단 해소됐고 야인으로 돌아가면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 계획을 포기시키고 국교를 수립한다면 임기 말년에 실현시킨 베트남과의 관계 정상화와 더불어 냉전체제 청산의 마지막 장을 장식한 대통령으로 길이 남을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이 그의 방북을 원하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유력지들은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레임덕' 대통령이 미국의 주요 외교 정책 가운데 하나인 대북 정책에 큰획을 그으려고 서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의 사설을 연일 게재해 왔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도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을 비롯한 중진 의원들이 두 번씩이나 연명으로 클린턴 대통령 방북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조지 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19일 백악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구상을 브리핑받고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해 마치 그의 방북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었으나 이는 외교적 둔사였을 뿐이고 그의 보좌관들은 계속반대 입장을 흘려 클린턴 대통령의 결심에 부담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린턴 대통령으로서도 현 상황에서 평양행을 강행한다면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는 게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이 너무 재다가 미국과 협상을 마무리지음으로써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와 국제 금융기구 가입, 인도적 원조 추가 확보 등의 실리를 챙길 수있는 상황을 실기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부시 행정부와의 협상이 재개된다고 해도 '달래기'에 주력했던 클린턴 행정부와는 달리 엄격한 '주고받기'(give-and-take) 원칙을 적용,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진의를 입증할 때에만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북미 관계가 다소 경직될 수도 있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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