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난개발 실태

입력 2000-12-27 15:14:00

'개발이 불가피하지만 무분별해서는 안된다'울릉도 난개발로 관계공무원과 업자들이 검찰에 무더기 구속되면서 울릉도 주민들이 토로하는 의견이다.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들의 생각도 주민들과 엇비슷하다. 대구에서 왔다는 김모(49)씨는 "섬 일주 유람선을 타고 한바퀴 둘러보니 곳곳에 파괴 현장이 있었다"면서 "이게 아닌데…"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자연자체가 자원인 울릉도가 개발과 안보라는 미명 아래 산허리가 잘려나가는 등 무차별 훼손되고 있다.

특히 최근엔 군부대 시설 공사와 국방부 소유 부지가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다. 울릉군 북면 나리(羅里)분지와 원시림 군락지인 말잔등지구.

공군 모부대가 지난해 3월부터 레이더 기지와 막사 등 시설 공사를 벌이고 있는 두곳은 기반 조성을 하면서 희귀종인 섬고로쇠나무 수천그루가 잘려 나갔다. 이 일대는 현재 보안이라는 이유로 관광객들이 사진 촬영조차 못한다.

북면 천부4리 석포지구. 이곳은 울릉 주민 숙원사업인 비행장 최적 후보지로 꼽힌다. 그러나 이곳도 군당국이 이미 지난 76년 한복판에 2만2천평의 부지를 매입, 비행장 건설 무산 위기에다 또 어떤 파괴가 진행될지 알기 어려운 형편이다.

현재 군당국이 울릉도에서 전략상 이유를 들어 시설을 추진중이거나 설치를 마친 면적은 5만5천여평이나 된다. 쓸만한 땅이 별로 없는 울릉도에선 이 정도 규모는 상당히 넓은 편에 속한다.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울릉도를 군사요충지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설계된 울릉도 항만공사도 문제다. 여건상 항만건설이 불가피하지만 당국의 근시안적 판단이 울릉도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항만공사는 울릉항과 현포어항 두 곳.

도동항에서 2km 정도 떨어진 사동리 울릉항은 15만7천평에 달하는 공사로 지난 93년 착공, 8년째 계속되고 있다.

93년 착공한 북면 현포어항공사도 2003년 준공 목표로 시공이 한창이다. 문제는 두곳 모두 20∼30m 이상의 바다 밑을 현지에서 캐낸 돌로 매립하고 있다는데 있다. 당국은 육지에서 토석을 반입할 경우 공사비가 몇배나 든다며 현지에서 섬의 산허리를 마구 잘라내는 방법에 의존, 검찰 조사를 받은 현포리 석산은 물론 남양리 구암석산 일대도 매년 수만톤을 채굴해 현장이 보기 민망할 정도로 흉한 모습이 됐다.

특히 현포 석산은 자연경관이 수려한 해안변에 위치해 해상관광 유람선을 타면 한눈에 들어오는데도 십수년동안 개발이 가능토록 허가, 진작부터 논란이 돼 왔다.지역환경운동단체와 주민들은 검찰 수사가 발표되자 공무원들이 울릉도의 장래를 고려한 것이 아니라 '검은 돈'에 따라 불법을 묵인해 왔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다.

지난 94년부터 산허리를 드러내고 있는 구암리 석산은 당초 지질조사 잘못으로 돌보다 흙이 더 쏟아지는 현상이 나타나 다른 석산 개발이 불가피한 형국.

관광업계는 울릉도 훼손은 개발 우선 논리로 접근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서태양 동국대 관광대학장은 "많은 사람들이 관광을 하는 이유는 차별화된 문화를 느끼고 보기 위해서다. 산허리를 잘라내고 희귀 수목들을 마구 파헤쳐 버리면 무엇때문에 울릉도까지 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서 교수는 또 자연과 조화되지 않는 울릉도 개발에 분통을 터뜨렸다. 산악이라는 주변 조건을 절묘하게 개발,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스위스처럼 울릉도도 친환경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조화 개발의 대표적 케이스로는 울릉도 일주도로가 꼽힌다. 지역 개발을 위해 일주도로는 불가피하다 할지라도 지금처럼 콘크리트로 뒤범벅시켜 놓은 공법이 과연 타당하냐는 것.

울릉도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개발방향을 제시하는 층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도내에서 학자건 공무원이건 울릉도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이들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학계에선 학술 용역을 받으면 단기간에 현지 조사를 거쳐 결과물을 내놓고 있을 뿐이다. 1년 정도 근무하다 이동하는 공무원들에게도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현재 울릉군에는 장기 종합개발 마스터플랜조차 없는 상태여서 주먹구구식 개발을 방증하고 있다.

울릉도에 대한 홀대는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최근 울릉도 난개발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자 국무총리실에서 현지 실태 조사를 벌이는 등 부산을 떨었으나 내놓은 대책이라곤 일주도로를 지방도로 승격, 관리하겠다는 정도다.

당국의 무관심과 무계획속에 울릉도가 기형의 섬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울릉·허영국기자 huhy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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