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서정주 시인 별세

입력 2000-12-25 12:18:00

'국화 옆에서' 등 수많은 애송시로 20세기 한국 시문학을 대표해온 시인 미당 서정주(徐廷柱)씨가 24일 오후 11시7분 삼성서울병원에서 노환과 폐렴 증세의 악화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미당은 지난 10월 부인 방옥숙 여사와 사별한 후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치료를 받아왔으나 노환과 기력 쇠진으로 최근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24일 새벽부터 혼수상태에 빠진 뒤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이날 미국에서 도착한 둘째 아들 윤씨와 큰며느리 강은자씨, 동생 정태씨 등 유족과 제자인 문정희 최종림시인 등이 미당을 임종했으며 장남 승해(60.변호사)씨는 25일 중 미국에서 도착할 예정이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되었으며 발인은 28일 오전 8시 30분, 장지는 전북 고창군 선운리 선영.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미당의 문학세계

24일 타계한 미당(未堂) 서정주 시인은 20세기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거목이었다. 천재 시인으로 불리며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모았던 그는 한국 최고의 서정시인으로 평가받는 등 60여년의 시업을 통해 한국 시문학의 사상적, 문학적 깊이를 더한 시인으로 존경받았다.

1915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미당은 동국대 전신인 중앙불교전문학원을 졸업하고 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벽'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김동리 오장환 등과 '시인부락'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순수문학의 영역을 개척하는 등 독자적인 시세계를 구축했다.

미당의 시세계에 영향을 준 것은 고향의 원초적 서정과 프랑스 상징주의 등 외국의 문학세계였다. 초기에는 보들레르와 니체, 그리스신화에 몰두했고, 중기에는 민족전통과 정신의 세계를 추구했다.

80년대 후반 들면서 소박하고 진솔한 삶이 어우러진 고향 이미지와 떠돌이 삶을 표현하며 만년의 삶을 드러내고 있다.

그가 남긴 시집은 1941년 '화사집'을 필두로 1997년 '80 소년 떠돌이의 시'까지 모두 15권이며 편수로는 미발표작까지 합하면 1천편이 넘는다.

특히 '국화옆에서' '귀촉도' '동천' '자화상' 등 10여편의 시가 교과서에 수록되는 등 그의

문학사적 위치를 짐작케 해준다.

1960년대 들어 시집 '신라초'(1961)를 시작으로 '신라'가 대표하는 전통적 정서에 탐닉해 샤머니즘과 유교, 노장사상 등 동양사상을 폭넓게 탐구했으며 1975년 '질마재 신화'에서는 질펀한 토속어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드는 데 탁월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미당은 한국 시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이라는 영예와 함께 씻기 힘든 오점도 남겼다. 일제 말기 징병을 종용하는 글과 친일시를 발표했고, 1980년대 신군부 등장 후 당시 전두환 정권을 공개 지지 선언하는 등 몇몇 행적으로 그의 필생의 시업이 빛이 바래기도 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