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체감온도

입력 2000-12-25 00:00:00

벌써부터 올 겨울은 매서운 IMF 여파를 실감하고 있다. 3년 전에 몰아쳤던 한파에 비교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어떻게 겨울을 날지 걱정이다.

선진국 진입이니 소비가 미덕이니 하면서 흥청망청하던 우리 경제는 3년 전 이름마저 생소한 IMF라는 적색 카드를 받았다. 그래도 그 당시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그런대로 국민의 뜻이 결집되었다고 본다. 실제 국가 경제에 무슨 큰 도움은 기대하지는 않았더라도 우리 가족까지도 묵주반지 하나만 빼놓고 모든 금붙이를 몽땅 은행에 가져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겨우 외환 고갈 상태 해결 정도를 가지고 경제위기 전체가 극복된 양 떠들어대다가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이익집단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정치는 실종되었다. 부패의 사슬은 다시 이어지고 빈부 격차는 더욱 심화되었다. 노숙자는 늘어나는데도 호화사치품의 수입은 급증하고 있다. 거기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민심이반이다. 다시 금모으기를 한다 해도(설령 금이 있어도) 내놓지 않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대통령의 영광스런 노벨상 수상 현수막에 차가운 기운이 감돈다.

국민 모두가 IMF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주린 배를 움켜쥐면서도 씨앗을 꼭꼭 갈무리하면서 새 봄을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슬기롭게 올 겨울을 나자.사실 기상대에서 발표하는 기온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체감온도라는게 있다. 같은 영하 10도의 추위라 하더라도 조건에 따라 더 춥게도 따뜻하게도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체감온도를 높일 수 있는 사회 여건을 조성하자. 싸늘한 표정끼리 마주치면 가슴은 차갑게 되고 차가운 가슴과 가슴이 만나면 그 사회는 꽁꽁 얼어붙는다. 이렇듯 감각이란 상승작용을 한다. 정다눈 눈길, 따뜻한 미소, 훈훈한 인정, 뜨거운 가슴…, 이들만이 한파의 예봉을 꺾고 체감 온도를 높여 갈 것이다.오늘이 성탄절이다. 아기 예수가 태어난 음침한 마굿간이 왜 따뜻하게 여겨지는가를 생각하고 우리 모두가 인정과 사랑을 나누자.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을 것이다.

경주 아화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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