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대학부정 특례 입학

입력 2000-12-21 15:06:00

12세기에 문을 연 이탈리아의 '살레르노'와 '볼로냐'가 대학의 효시다. 우리나라에서는 구한말 세브란스·보성·이화·연희·불교중안학림·숙명전문 등이 잇따라 설립되고, 일제가 세운 경성제국대학이 대학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했다. 지금은 대학이 300여개로 늘어났고 대학생 수도 300만명이 넘는다. 게다가 고질적인 학력 중시 풍조 때문에 해마다 입시 과열과 부작용, 부정입학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불거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재외국민과 특별전형의 대학 부정입학 사례가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부정입학자는 10명이지만 검찰에 본격 수사에 나서 그 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제출한 서류는 대부분이 가짜였다. 심지어는 국내에만 있었던 학생의 외국학교 졸업증명서와 출입국 사실 증명서까지 버젓이 위조되기도 했다. 대학들이 짧은 전형 기간 때문에 서류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허점을 십분 악용한 셈이다.

서울 강남 지역 특례입학 전문 학원가에서는 벌써부터 조직적으로 무시험전형으로 학생들을 '끼워넣는' 브로커가 활동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모양이다. 이 소문은 새로울 것도 없으며, '성공 보수는 건당 9천만~1억원에 이르는 것이 정설'이라고도 한다. 이번에도 세 딸 부정입학 혐의로 가수 남진(본명 김남진)씨가 딸들과 함께 소환돼 밤샘 조사를 받은 모양이지만, '가진 자'들의 도덕 불감증은 정말 문제다.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선발 과정부터 허점 투성이여서 악용의 소지가 적지 않았다. 외국의 학교에서 12년간 초·중·고교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별전형은 특히 그랬다. 별도 시험이나 면접조차 없이 서류 심사만으로 선발해 성적·재학 증명서와 출입국 사실 증명서만 위조하면 부정입학이 얼마든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번 부정입학 파문이 확산되자 서울대는 2002학년도 입시부터 2년 이상 해외에서 근무한 사람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정원 외 2%를 뽑는 특별전형의 자격도 5년 이상으로 강화하기로 했지만, 그 정도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면접이나 필기시험 추가 등 제도적 보완책이 강구되고, 서류 심사 기간을 늘리는 등 입시행정도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도덕 불감증 치유'가 아닐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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