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짝짓기 제대로 될까

입력 2000-12-15 15:07:00

'은행빅뱅'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됐던 국민·주택은행간 합병협상이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위기에 처하면서 2차 금융구조조정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정부는 기대를 걸었던 국민·주택은행 합병협상이 노조의 반발에 밀린 국민은행장의 '협상 잠정중단' 선언으로 미궁에 빠져들자 충격을 감추지 못한채 노조의 반대와는 상관없이 구조조정은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특히 이번 사태로 노조가 힘을 얻으면서 어렵게 진행되고 있는 공기업구조조정, 기업구조조정 등 개혁전반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미궁에 빠진 금융개혁=당장 한빛·외환·평화·광주·경남·제주 등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구조조정과 하나·한미은행 합병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정부는 당초 한빛은행과 외환은행, 평화·광주·경남은행 등을 하나의 금융지주회사로 묶는 방안을 추진해왔으나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은행이 지주회사 편입여부에 대한 결정을 미루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는 한빛은행과 평화·광주·경남은행만으로 지주회사를 출범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 마저도 조직·인력감축이 포함된 경영개선계획에 대한 해당 은행 노조의 반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게 됐다.정부는 해당 은행들이 지주회사편입이나 인력·조직감축을 반대할 경우 강제 통합하거나 공적자금투입을 유보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으나 국민은행 사례에서 '교훈'을 얻은 노조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상처입은 정부=정부는 그동안 겉으로는 우량은행간 합병은 해당 은행들이 알아서 할 일로 정부가 간섭할 사안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국민·주택은행간 합병협상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들 은행이 합병을 하게되면 구조조정에 멈칫거리고 있는 다른 은행들의 '위기감'을 부추겨 힘들이지않고 자발적인 '금융빅뱅'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때문이었다.

정부는 어떻게든 금주중 두 은행의 합병선언을 끌어내고 한빛은행 중심의 지주회사 편입은행을 확정, 은행개혁의 얼개를 완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주택은행의 합병협상 중단은 이들 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개혁전반에 엄청난 차질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노조 입지 크게 강화=국민은행 노조가 자신들이 원치않는 주택은행과의 합병을 일단 저지함으로써 그동안 수세에 있던 금융산업노조는 큰 힘을 얻게 됐다.

금융노조는 그동안 정부 주도의 금융지주회사 추진 등이 필연적으로 몰고올 조직·인력감축에 반대해왔지만 해당 은행들이 모두 공적자금이 투입될 부실은행이라는점 때문에 투쟁의 '명분'을 찾지못했다.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 퇴출해야할 은행들을 살려주는 마당에 조직·인력감축에 반발한다는 것이 말이되느냐는 여론을 극복하기 힘들었기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은행 노조가 물리적으로 합병을 저지하는 '시범'을 보임으로써 부실은행 노조도 그동안의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힘을 결집할 수 있는 계기를 맞게됐다이미 금융산업 이용득 위원장은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금융구조조정을 지난 7월의 '노·정합의'를 어긴 것으로 규정, 총파업을 예고해놓고 있다.

정부는 공적자금이 투입돼 지주회사에 편입되는 은행들에 대해서는 조직·인력감축을 1년내 마무리짓고 단일 은행으로 통합한다는 계획이지만 노조의 반발이 계속될 경우 공적자금만 축내고 구조조정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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