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고교 평준화 어떻게 되나

입력 2000-12-15 14:07:00

지난달 말 경기도 신도시지역 고교 평준화 방침이 발표된 이후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전면 비평준화지역인 경북에서도 평준화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다. 평준화에 대한 찬반은 지금껏 있어 왔지만 포항, 안동 등 일부 지역에서 부작용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황=경북은 도시와 농·어촌이 혼재된 시·군이 대다수여서 전체적으로 평준화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포항, 안동 등에서는 중학교 입학 때부터 고교 입시에 매달려 학교 서열화, 과열 경쟁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특히 내신성적으로 신입생을 선발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도 적잖다.

포항의 경우 몇몇 유명 고교 진학에 학생은 물론 온 가족이 매달려 대학입시를 방불케 한다.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내신성적을 잘 받기 위해 학원 수강을 시작한다. 모중학교의 경우 3학년생의 절반이상이 방과 후 학원강습을 받고 있으며 밤12시가 돼야 귀가하는 모습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내신성적으로 선발함에 따라 시내 중학교 재학생들이 내신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외곽지로 전학가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최상위권인 ㄷ중학교의 경우 올들어 80여명이 다른 학교로 전학갔으며 이 가운데 50여명은 내신성적을 잘 받기 위해 학교를 옮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안동의 모 중학교 교사에 따르면 재학생 가운데 1, 2학년은 30%, 3학년은 절반 이상이 학원에 다니고 있으며 일부는 전직 교사, 명문대 휴학생 등에게 과외를 받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역 명문고 입학을 위해 내신성적 300점 만점에 최소 270점, 학급석차 7, 8등 이내에 들어야 할 정도로 어려워 중학교 입학 때부터 강도높은 대비를 해야 하는 현실에 따른 것이다.

▲평준화 요구=지난달말 창립대회를 가진 참교육 학부모회 포항지부는 창립선언문에서 고교 평준화를 지역의 가장 큰 교육현안으로 들고 나오면서 이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혀 평준화 문제가 새롭게 공론화될 전망이다. 학부모들은 현행 학교별 선발제도가 학생들에게 열등감과 위화감을 심어줘 학습의욕을 떨어뜨리고 인격마저 등수를 매기는 부작용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초등학교부터 고교입시 경쟁이 시작돼 타지역에 비해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명문고 진학을 위한 편법 동원, 우수학생 유치를 위한 고교들의 과열 경쟁 등 부작용이 많으므로 평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성준 안동중 3학년부장은 "비평준화가 학생들의 학업성취 욕구를 왕성하게 하는 장점도 있지만 입시 과열과 학교간 서열 고착화를 초래하는 폐해를 낳고 있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평준화 시행 어려움=경북도 교육청은 수도권 평준화 발표 이후 자체적으로 평준화 시행 가능성에 대해 검토했으나 당장 실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문제는 도시와 농·어촌이 혼재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준화를 시행할 경우 도시지역 학생이 농촌지역 종고로 진학하는 경우도 많을 것인데 이때 쏟아질 불만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는 것. 그렇다고 도시지역만 따로 평준화한다면 농·어촌 지역 학생, 학부모의 불만을 또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것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포항의 경우 평준화한다면 기계, 구룡포 등을 제외하느냐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어디서든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시·군 단위로 전체 지역민의 합의가 없으면 평준화 시행은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교육계 관계자들은 "고교 평준화가 자칫 학력저하만 불러오고 시·군 통합지역을 억지로 묶어 실시할 경우 통학거리 등 문제가 적잖다"며 "시행한다 해도 세부사항을 면밀히 검토하고 여론을 충분히 들어야 하는데 이 역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