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어가는 농촌경제-축산

입력 2000-12-13 14:46:00

축산농도 올 한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올 초 500kg 황소 기준 300만원을 상회, 호조세로 출발한 소값은 지난 3월 구제역 파동으로 5월엔 250만원대로 떨어졌다. 내년 소고기 수입시장 전면개방에 따른 사육기반 약화는 역설적으로 공급 부족 사태를 일으켜 다시 300만원선을 회복, 그나마 소 사육을 고집한 농가엔 '반짝 경기'가 되고 있는 상황.

돼지는 소에서 발생한 구제역 불똥이 일본 등지의 수출중단, 공급과잉으로 이어져 지금도 사육농가의 비명이 잇따르고 있다. 11월 초 1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최근 정부 수매에 힘입어 일부 만회, 100kg규격돈이 14만8천원선에 머물고 있으나 여전히 생산비 15만8천원에도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부터 죽을 쑤었던 계란값은 특란기준 생산비가 79원. 그러나 올 7월까지 50~70원대에 머물다 8~10월 동안 80원을 상회, 장미빛 희망에 부풀었으나 다시 주저앉아 12월 현재 겨우 생산비에 턱걸이하고 있다.

당장 소의 경우는 내년 수입개방을 과다 의식, 한때 암소 도축률이 58%에 달하며 위축되던 축산농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급선무. 여러 여건을 감안한 국내 소 적정사육두수는 220만~230만두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지만 9월 기준 국내 소 사육두수는 171만3천두에 머물고 있다. 최근 소값이 좋아지자 송아지 입식이 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인 셈. 그러나 축산관계자들은 이젠 부업형 소규모 사육농가로는 안된다는 단서를 붙인다.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최소한 50두 이상 키우는 기업축산농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

농림부 축산경영과 노수현 과장은 "우리 축산농가 1인당 소 사육두수는 불과 5.5마리 꼴로 조금 나은 쪽이 10~30마리 정도"라며 "소규모 부업 농가들인 이들은 시장에 민감하지도, 그렇다고 큰 돈을 기대하는 것도 아닌 수준이어서 사실 수입개방을 의식 빨리 소를 처분하는 쪽도 대부분 이들"이라고 짚었다.

50 마리 이상 축산농들은 전업으로 몰두, 97년 이후 그 수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는 것.

노 과장은 이와 함께 "특히 시.군 등 지역단위의 대규모 한우산업 육성체를 육성해 생산, 출하, 품질관리 등을 통일해 나가야 수입개방은 물론 대형할인점이나 전자상거래 등으로 대량 소비가 이뤄지는 21세기 시장에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돼지와 육계.계란 등의 사육농가는 이미 소보다 기업형에 한참 진도가 나간 상태. 그러나 견고한 시장장악적 조직체와 자조금제도가 여전히 풀어나가야 할 해법이다.

일례로 돼지의 경우 구제역 발생 직후 일본수출중단 등으로 돼지 사육두수를 줄일 것을 양돈 전문가측에서 호소했지만 돼지 가격이 여전히 호조를 보이자 사육농가들이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 농정실패로 보기는 어려운 대목인 것.

생산자 단체로 대한양돈협회가 있지만 양돈가 가입 범위는 30%를 조금 넘는 수준이어서 시장통제가 사실상 어렵다. 농협도 같은 한계를 보인다. 농림부 축산경영과 한종연 계장은 "민간자율로 생산.출하 조절 등이 필요하지만 그같은 단결력 있는 조직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경북도 축산과 관계자는 "사실 농가마다 가격이 좋을 때는 아무 소리없이 그 이익을 즐기다가 값이 떨어지면 앓는 소리를 낸다"며 "자조금제도를 실질화 해 이익이 날때는 그 일부를 적립해 놓았다가 과잉생산 등으로 어려울 때 도축 등에 따른 보조금으로 활용하는 자율 노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울면 젖주는 식으로 정부에 보챌 것만이 아니라 농가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을 알아서 하면서 경쟁력을 갖추는 프로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홍락기자 bh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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