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식-비동기식 왜 싸우나

입력 2000-12-04 14:23:00

IMT-2000 추진 상황을 지켜보며 일반인들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동기식(同期式), 비동기식은 무엇이고 정부와 업체가 표준방식에 왜 그렇게 집착하는가 하는 점이다.

동기·비동기식은 이동전화 단말기와 기지국 사이의 무선 접속규격과 기지국, 교환기 등이 사용하는 핵심망의 규격 차이에서 비롯된 IMT-2000의 서로 다른 기술표준이다. 동기식은 미국 퀄컴사가 주도한 북미방식, 비동기식은 에릭슨·노키아 등 유럽업체들이 채택한 유럽방식이다. 가장 큰 차이는 신호를 보내는 측과 받는 측의 시각을 동일하게 맞추느냐(동기식=synchronous), 맞추지 않느냐(비동기식=asynchronous)이다.

동기식은 GPS(지리정보 = Global Positioning System)위성을 이용해 시각을 일치시킨다. 반면 비동기식은 2개의 통신채널을 사용, 시각을 맞추지 않는다. 이밖에 좀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핵심망이나 주파수 활용방식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동기식 IMT-2000은 'CDMA 1X 및 3X', 비동기식은 'WCDMA'로 부른다. CDMA 1X 및 3X는 2세대 이동통신기술에서 진화한 2.5 및 3세대 방식이고 WCDMA는 유럽 비동기식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WCDMA는 유럽과 일본 등 전세계 80% 국가에서 채택됐으며, CDMA 1X 및 3X는 한국과 동남아·호주 등에 확산 추세다정부와 업계가 동기, 비동기를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동기식 기술에 있어선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핵심기술은 외국에 로열티를 주고 사용하고 있지만 2세대 휴대폰 확산에서 보여준 동기식 상용화는 놓치기 아까운 기술임에 틀림없다. 반면 비동기식은 세계 시장을 겨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세계 80%를 차지하는 비동기 시장을 외면하고 동기식만을 고집해선 IMT-2000 시장도 국내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후보 사업자들은 비동기를 선호하는 것이다.

동기식은 지난 지난 96~99년 CDMA 보급을 통해 진가를 발휘했다. 지난 10월엔 세계 최초로 동기식 2.5세대 이동전화인 'IS-95C' 서비스를 개시해 기술력을 과시했다. 수출시장도 낙관적이다. 동기식 선호지역인 북미 수출이 증가세이고 중남미도 연말을 지나면서 가입자가 1천만명을 웃돌 전망이다. 아직 변수가 남아있지만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 시장도 동기식 채택 가능성이 크다. 동기식 옹호론자들은 비동기를 채택하면 10여년간 쌓아온 동기식 CDMA 기반이 사장돼 국내 통신산업 붕괴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비동기 옹호론자들은 '우물안 개구리'를 면하려면 전세계 80% 시장을 가진 비동기를 하루 빨리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시장규모를 비교해 보면 2005년 미국·유럽·일본·중국의 비동기식 IMT-2000 예상 가입자수는 4천100여만여명이지만 동기식은 540여만명에 불과해 아예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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