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인간의식 탐색

입력 2000-11-29 14:09:00

대구문예회관(053-652-0515)의 지하 수장고 안에는 700여점의 미술품들이 소장돼 있다. 문예회관측은 매년 2~3회 이들 작품들을 골라 '소장작품전'을 연다. 28일부터 12월10일까지 열리는 소장작품전에는 백남준,김창열,정점식,이우환,김원세,이명미,박세호,권오봉,정태경,남춘모씨 등 작가 16명의 작품 22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현대미술의 다양한 경향과 근저에 깔고 있는 '인간 의식에 대한 모색'을 보여 준다는 것.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라서 있는 백남준씨의 판화 작품 '부처'는 TV 수상기 앞에 앉아있는 부처의 모습을 통해 서양 물질문명과 동양 정신문명의 극적인 조우를 표현하고 있다. 이는 그의 설치작품 'TV 부처'를 평면 작품으로 옮긴 것으로 동.서양의 만남과 충돌,그로 인해 파생되는 갖가지 현상들을 암시하는 듯 하다.

일본 모노하(物派)그룹의 이론가이자 정신적 지주인 이우환씨는 빈 화면에 찍힌 3개의 점(작품 '조응')을 통해 '무한'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에 나서고 있으며 김창열씨는 생성되자마자 사라지는 물방울 작품 '회귀'로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바탕이 드러나는 수묵 효과를 살리되 마치 마아블링같은 기법으로 정신세계를 표현한 김원세씨의 작품 '87-5'는 한국화의 새로운 형식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이강소씨의 '무제-95054'는 급진적 전위예술의 세계에서 평면의 세계로 돌아와 형식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박세호씨의 '항해(Naviagation)'는 거칠고 강렬한 색상으로 이뤄진 추상표현주의 계열의 작품이며 권오봉씨의 '무제'와 정태경씨의 '황무지'는 형식과 정신에 대한 실험적 작품들이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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