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현금보관용 금고 구입 급증,경제위기 따른 불안심리 반영

입력 2000-11-29 12:21:00

경기불황과 뒤숭숭한 사회분위기에 편승, 암달러상을 통해 달러를 모으거나 현금보관을 위해 금고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달러환전상인(암달러상) 5~6명이 활동하고 있는 대구시 중구 교동시장에는 올해 하반기부터 한화를 달러로 환전해 가는 고객이 하루 10여명으로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었다. 환전규모도 지난해의 경우 고객당 많아야 400~500달러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2천~3천달러를 바꿔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이처럼 달러환전이 늘자 남구 이천동 미8군 후문 주변에도 암달러상 2~3명이 생겨나고 암달러상을 상대로 한 사기행각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교동시장 암달러상을 상대로 가짜 돈다발을 주고 미화 3만달러를 받아 가로챈 임모(33.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교동시장 암달러상 김모(67.여)씨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현금을 달러로 바꾸려는 사람이 많다"면서 "은행보다 싸고 익명성도 보장되기때문에 이 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불안으로 현금을 가정에 보관하는 사람이 늘면서 도둑 방지를 위한 가정용 금고구입이 급증하고 있다.

금고판매업체 5~6곳이 몰려있는 중구 종로1가의 경우 하루 금고판매량이 지난해보다 3~4대 늘어난 15대 가량에 이르고 있다. 이 중 금융기관이나 사무용 금고는 1~2대에 불과하고 대다수 현금이나 귀금속 보관을 위한 10만원~40만원대의 가정용 금고라는 것.

최근에는 150만원~200만원에 이르는 특수금고를 구입하는 부유층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ㅈ금고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금융기관의 대형금고가 꽤 나갔으나 최근에는 가정용 금고가 대다수"라면서 "좀도둑들이 설치고 은행이자도 크게 높지 않은 상태에서 현금을 보관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탓"이라고 말했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어학연수, 배낭여행 크게 줄어

최근 경기침체로 올 겨울 어학연수나 외국배낭여행을 떠나는 지역 대학생들이 급감했다. 겨울방학을 앞둔 이맘때쯤이면 어학연수를 가려는 대학생들로 붐비던 대구시내 유학원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20~50%, 해외배낭여행사의 경우 80% 정도까지 문의하는 사람이 줄어 썰렁한 분위기다.

알선업체들은 "어학연수를 가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필리핀이나 뉴질랜드를 찾거나 아예 연수기간을 절반 정도로 줄이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ㅈ유학원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6)씨는 "취업을 하려면 해외어학연수가 필수나 다름없는데 요즘같은 불경기에 수백만원이 드는 어학연수를 시켜달라는 얘기를 부모님에게 꺼내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박소현(24·여·대구대)씨는 "요즘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어학연수 기간을 대폭 줄이거나 어학연수와 배낭여행을 동시에 가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생들의 해외진출이 어려워지자 각 대학에서는 해외인턴제도나 동계 해외어학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해외인턴심사에 통과한 구상윤(24·경북대3)씨는 "취업을 위해 해외체류 경험이 필요했는데 경비부담을 덜게 돼 다행"이라며 "예년같으면 한창 어학연수를 준비할 때지만 올해는 사정이 어렵다며 미루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배낭여행객도 지난 여름에 비해 크게 줄어 여행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대구 키세스 여행사의 서영학 실장은 "올 하반기 들어 한달 평균 해외배낭여행을 떠난 학생들의 수가 7,8월의 20%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라며 "이전과 달리 '우프'나 '워킹할리데이'처럼 해외경험과 동시에 현지에서 경비조달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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