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담한 현실이 농민궐기 초래

입력 2000-11-22 12:03:00

'암담한 현실과 불투명한 미래'

21일 하루종일 교통대란을 초래한 농민궐기대회는 농민들의 이같은 상황인식때문에 더더욱 치열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날 농민들이 투쟁 모토로 삼은 것은 농가부채 특별법 제정. '암담한 현실'을 우선 벗어나 보자는 몸부림이다. 특별법의 골자는 지난달 30일 20개 전국농민단체가 이의 국회 입법 청원을 요구하면서 밝혔듯이 연체이자 전액 탕감 및 농민간 모든 연대보증의 농업신용보증기금대체와 연대보증 채무의 정부 해결 등이다.

최근 농민단체는 농가부채 완전탕감은 여건상 어려운만큼 농가부채 전액을 5년거치, 10년 유예, 10년 분할상환토록 해 달라는 선으로 수위를 조절했다.

그러나 정부는 궐기대회 직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농가부채경감종합대책안에서 농가 차입 금리 11%대에서 5~6%대로 대폭 낮추고 차입금 상환도 5년 이상 장기분할 상환토록 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또 수위를 낮춘 요구안에 대해서도 농림부는 "결국 25년 분할 상환을 하겠다는 얘기로 재정부담이 총 45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선을 그어버려 오히려 농심(農心)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김실경 의장은 "정부가 호들갑스레 발표한 농가부채경감책은 근본적 대책이 없는데다 정부가 할 일마저 농협에 떠 넘기는 등 생색내기용 대책"이라며 "농민 가슴에 대못을 박는 작태"라고 규정했다.

농민단체와 농민들은 "농업소득의 40%를 차지하는 쌀농사의 경우 도시가구 가계비 차지 비중이 2.3%에 불과한 실정으로 이는 농민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 것이며 정부의 농정실패를 의미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정책들로 결국 농가부채는 138만2천여 농가에 25조6천억원에 이르러 농가당 평균부채가 1천853만여원(99년말 통계청 자료)에 달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책임지고 떠안아줘야 한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양보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농가부채는 IMF를 거치면서 지난 2년사이 약 50% 늘어난 것으로 특히 98년은 97년에 비해 농가부채증가율이 30.8%에 달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지난 20일에 앞서 5차례 실시한 부채경감책은 지원대상을 정상상환가능자로 한정한데다 담보부족과 신용불량 등으로 실제 부채 농민들이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혜택을 담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올해 이미 파산하거나 경매처분 등으로 파산에 직면한 농가가 전체농가의 1.73%(2만3천930가구)에 달하고 1개 읍.면당 15.3농가에 달하는 등 부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났다는 주장도 지난 국감에서 제기됐다.

농민들은 또 부채해결과 별도의 문제로 UR(우루과이라운드)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농촌의 '불투명한 미래'를 개선하려는 절실한 투쟁도 병행중이다. 지난달말 농가부채특별법제정과 아울러 요청한 내년 추.하곡 수매값 5%인상, 논농업직불제 지원금 상향조정을 위한 정부예산 5천억원이상 확보, 미곡종합처리장 한개소당 원료곡 매입자금 30억 이상 확대 및 융자금리 3%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또 건조저장시설(DSC) 설치시 전액 국고보조 및 증설비용 현실화, 쌀값 진폭확대를 위한 정부보유곡 방출량 및 방출시기 조절과 대북지원 국산쌀 지원 등 다른 5개 요구 사항이 그것이다.

특히 논농업직불제는 기존의 수매정책과 함께 우리 쌀을 지키는 양대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정부는 내년 예산으로 2천500억원만을 배정, 농가를 또 한번 자극했었다. 결국 21일의 농민궐기대회는 농민들의 분노가 첫 표출된데 불과하며 잇따른 농민시위가 봇물을 이룰것으로 보인다.

배홍락기자 bh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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