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문제엔 원칙도 없나

입력 2000-11-14 00:00:00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서산농장에대한 토지공사의 매각주선으로 일단 해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대건설이 살아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는 소식은 매우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특히 대우자동차의 부도로 국민경제가 엄청난 충격을 받고있는 가운데 현대마저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를 만큼 조마조마한 심정이 드는 요즈음이다. 진념 재경부장관이"어떤 형태로든지 살아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한 정부측의 심정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현대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보면 설사 현대가 살아날 수 있는 여력이 있다해도 정부의 원칙없이 갈팡질팡하는 태도때문에 시장의 신뢰를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대우자동차의 경우처럼 불과 3개월전에 5년간고용보장을 용인했다가 다시 이를 취소하려드는 바람에 노조의 반발을 샀고 그것이 부도의 원인이 된 것을 생각하면 현대문제에서 또 말바꾸기를 하고있는 정부 당국자의 태도는 미덥지않다.

11·3 부실기업 퇴출 발표당시 "시장이 원하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현대건설은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던 진 장관이 현대측의 추가자구안이 미처 나오기도 전에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고 한 것은 정부의 무원칙을 드러낸 것이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자구계획이 확실하고 전체채권단이 합의할 경우 신규 자금지원도 가능하다"고 한 것도"스스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부도처리후 법정관리로 간다"고 했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실제로 서산농장 위탁매각을 전제로 주택은행이 자금을 지원토록 한다는 것은 당초 방침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이 국민경제를 위해 살아남아야겠다는 기대는 충분히 동의할 일이지만 방법이 투명하지 못하고 원칙에서 벗어난다면 일시적으로는 명맥을 유지할지 모르나 종국적으론 시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는 현대살리기에 엄청난 돈만 추가로 허비하고 금융권의 부실만 키우는 결과를 낳게될 것이다. 그렇잖아도 퇴출기업판정에서 현대가 특별 케이스로 유보된 것을 두고 현정권의 대북사업과 관련지워 항간에 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 이같이 원칙없는 현대살리기가 추진된다면 11·3 부실판정에서 퇴출되는 기업들로부터 현정권의 특혜시비가 증폭되고 그것이 우리경제에 나쁜 영향마저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의 추가자구계획이 시장에 의해 확실성이 수긍되는 원칙에서 현대살리기가 추진돼야 부실을 더이상 키우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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