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커스-퇴출기업 명단 발표

입력 2000-11-03 15:11:00

채권단의 퇴출기업 심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현대건설과 쌍용양회가 '조건부 회생'으로 가닥이 잡히는 등 회생기업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관심을 모았던 현대건설의 경우 자력으로 진성어음 결제가 가능할 정도의 자구안을 전제로 회생시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으며 쌍용양회를 비롯한 쌍용그룹 4개 계열사들도 회생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성신양회와 조양상선, 갑을, 신원, 벽산건설, 새한미디어, 신호제지, 미도파, 성원건설 등이 회생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고합과 진도, 신동방은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기업중에서 퇴출되는 기업은 사실상 동아건설뿐이라는 점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소문난 잔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쌍용양회 조건부 회생=정부에서 법정관리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던 현대건설의 경우 은행권이 대부분 회생 가능으로 분류해 놓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정부 관계자도 오후 들어 '조건부 회생'을 인정하면서 대신 신규자금 지원없이 물대어음 등을 결제하지 못할 경우 지체없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기존 자구계획외에 대주주의 사재출연을 포함한 납득할 만한 수준의 자구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비롯, 대부분의 은행들은 이미 현대건설에 대해 '3단계'로 평점을 매겨놓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가 그동안 괜히 큰소리만 쳐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단계는 '구조적인 유동성 위험은 있지만 자금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회생가능성이 높은 경우'에 매기는 것으로 은행권은 일단 추가 자금지원을 전제로 회생쪽으로 가닥을 잡아놓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측도 정몽헌 회장이 귀국, 3일 오후 획기적인 자구안을 발표했다.

쌍용양회의 경우도 일본의 태평양시멘트로부터 외자유치가 이루어져 사실상 외국기업이 됐으며 조흥은행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들도 출자전환을 결의해 회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류됐다.

일부 채권금융기관간에 이견이 있지만 이미 해외에서 자본이 들어온 만큼 이제와서 퇴출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관심 끌었던 주요기업들 대부분 회생=이른바 '판정대상 빅3' 외에 관심을 끌었던 성신양회와 조양상선, 고합, 갑을, 신동방 등이 모두 회생 또는 매각으로 가닥을 잡았다.

고합의 경우 울산2공장을 해외매각하고 울산1공장의 원사사업부문을 해외 이전하는 것을 전제로 회생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진도도 우량사업과 불량사업을 분리해 매각할 전망이다.

면방업체인 갑을도 워크아웃을 계속 진행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으며 새한은 워크아웃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이번 퇴출명단에서 빠질 것으로 나타났다.

신원, 맥슨텔레콤, 신호제지, 영창악기, 벽산건설 등 다른 워크아웃 업체들도 살아남을 전망이다.

신동방은 매각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갑을방적 등도 회생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조양상선과 성신양회는 영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이자를 잘 내는데다 해운경기가 살아나고 있어 강력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채권단으로부터 회생판정을 받은것으로 알려졌다.

▲퇴출기업수 구색맞추기 수준=정부와 채권단은 3일 명단을 발표하면서 청산이나 법정관리 기업을 30개 정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기업들은 대부분 기존에 워크아웃 중이거나 법정관리중인 기업들로 이른바 새로 퇴출되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심을 끌었던 기업 중에서 퇴출로 결과가 나오는 기업은 동아건설뿐인 것으로 안다"면서 "한동안 떠들썩하게 판정한 결과가 결국 이 정도라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들이 퇴출심사를 주도했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이 반영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은행이 기업에 대해 자율적으로 심사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말은 애당초 힘든 약속이었다"고 토로했다.

▲3일 오후 3시 이후 공식 발표=정부와 채권단은 3일까지 최종 심사를 마무리한 뒤 주식시장이 끝나는 오후 3시 이후에 은행연합회에서 공식 발표한다는 계획이다한편 현대건설의 900억원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만기는 다음주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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