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 숨은 그림 은화는 위조 불가능

입력 2000-10-30 14:12:00

일반인이 화폐의 진위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불빛에 지폐의 여백 부분을 비쳐보는 것이다. 은화(隱畵), 즉 숨은 그림으로 불리는 이 부분은 그냥 보면 아무 그림도 없는 여백으로 보이지만 빛을 비춰보면 초상화와 같은 그림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렇다면 은화를 위조할 수는 없을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아무리 고성능 컬러복사기나 레이저프린터가 등장해도 은화는 흉내낼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은화는 지폐에 인쇄된 것이 아니라 지폐 자체에 파묻혀 있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지폐에 쓰는 용지는 일반 종이와 같은 펄프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대신 특수하게 처리된 솜을 뭉쳐 만든다. 엄밀히 말해 지폐의 재질은 종이가 아니라 섬유인 것이다. 은화 부분은 애초에 지폐용지를 만들때 해당 부분의 솜의 두께를 서로 다르게 해 음영 효과를 낸 것이다. 채 마르기 전에 젖은 상태에서 이런 두께 차를 이용한 무늬를 넣기 때문에 영어로 '워터마크(watermark)'라 부른다. 물론 두께차이는 손으로 감지할 수 없을 정도다.

미세한 두께 차이를 통해 두터운 부분은 빛이 적게 통과하고 얇은 부분은 많이 통과해 음영효과에 의해 그림이 나타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위조지폐는 컬러복사기를 이용해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정교한 복사기라도 재질 내부에 숨어있는 미세한 두께 차이는 결코 흉내낼 수 없다.

디지털 시대엔 그에 걸맞은 위조 방지책이 필요하다. 디지털 워터마킹(digital watermarking)은 일종의 디지털화된 지문(fingerprint)이다. 텍스트, 그래픽, 비디오, 오디오 등 갖가지 멀티미디어 저작물의 불법 복제를 막고 저작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보호기술. 책에 새겨진 ISDN이나 바코드는 제품간 식별을 위한 고유번호라면 워터마킹은 위조를 막기 위해 저작권자의 고유마크를 새겨넣은 것이다.

디지털 워터마킹은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각종 콘텐츠의 불법 복제, 무단 배포, 위조 등 상업적 도용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디지털 워터마킹 방법으로는 워터마크를 공간영역에서 삽입하는 방법과 주파수영역에서 삽입하는 방법, 생성키 값에 의한 방법 등 여러 가지가 개발되고 있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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