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보선 무소속 당선 의미

입력 2000-10-27 14:31:00

26일 영천시장 보궐선거가 무소속 박진규 후보의 당선으로 판가름 난 것은 영천시민들이 시장감으로는 정당보다는 인물을 선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비록 827표라는 근소한 표차지만 조직과 자금력에서 절대 열세인 무소속후보가 강력한 거대 정당 소속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결과는 표면적으로 그동안 영남권을 자신들의 텃밭으로 간주해온 한나라당에 뼈아픈 상처를 안겼다.

우선 이번 투표 결과로만 미뤄 보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는 직접적인 지지가 아닌 뿌리깊은 반DJ 정서에 의한 반사적 이익임을 입증한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때문에 1년 반 뒤의 지방선거와 200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에 경각심을 안겨준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곧바로 이를 한나라당의 정치적인 몰락으로 확대 해석시키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강하다. 한나라당의 후보 공천이 너무 늦었는데다 대중적인 지명도가 낮은 후보를 공천함으로써 인물대결에서 뒤졌다는 분석이다. 선거전 초반 절대 열세이던 한나라당의 조규채 후보가 막판 개인 지지도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인 박 당선자와 박빙의 접전을 벌일 수 있었던 것도 한나라당에 대한 두터운 지지도가 배경이었다.

때문에 이번 선거결과는 당장 한나라당의 아성 붕괴로 연결짓기보다는 이 지역 현역 국회의원인 한나라당 박헌기 의원 개인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길 것이라는 분석이 더 강하다.

또 한가지 이번 선거 결과는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를 중앙정치의 연장전으로 만들어 결국 지방자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는데 대한 경종의 의미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치싸움에 놀아나고 있다는 비판적인 여론도 인물론을 앞세운 무소속 후보의 당선에 도움을 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표 흐름에서는 농촌지역에서 한나라당 지지도가 높았던 반면 시내지역은 무소속이 우세했다. 그러나 전체투표율이 50%를 밑돌만큼 저조했던 것은 농촌지역의 지지를 표로 연결시키는데 한계로 작용했고 농번기로 투표율이 예상을 밑도는 수준이었던 것도 한나라당에 악재였다는 분석이다.

특히 1천명에 가까운 인원에 투표율이 높고 여론전파력 또한 막강한 공무원들의 상당수가 박 후보를 지지한 것이 선거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한편 반DJ정서가 강한 이 지역에서 민주당 김준영 후보도 1만915표(득표율 24.3%)를 얻는 등 선전한 것은 김 후보 개인의 득표력에다 낙후된 지역의 발전을 갈망하는 시민들의 욕구가 가세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후보자의 출신 지역별로 몰표가 쏟아지고 뿌리 깊은 씨족선거라는 전근대적 투표 행태가 이번 선거전에서도 큰 위력을 발휘한 것은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반드시 시정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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