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시내각 구성

입력 2000-10-23 14:23:00

아랍정상, 평화 촉구

앞으로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관계를 좌우할 것이라는 긴장 속에 22일 막을 내린 아랍 정상회의는 전쟁보다는 평화적 해결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평화 회담 중단을 발표했다. 또 팔레스타인의 독립 선언이 불가피한 반면 이스라엘은 강경파를 참여시킨 '전시내각' 구성을 강행, 사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랍 정상회의=아랍연맹 15개국 정상들은 △대이스라엘 단교 검토 △팔레스타인인 보호를 위한 유엔 다국적군 구성 요구 △팔레스타인인 학살범 처벌을 위한 국제법정 설치 요구 △팔레스타인에 대한 10억불 지원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공동 폐막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그러나 평화적 방법만이 사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UN은 한국시간 21일 오전 이스라엘 규탄안을 찬성 92개국, 반대 6개국, 기권 46개국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켰다. 규탄안은 이스라엘의 점령지 내 식민촌 건설도 불법적이고 평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규정했다.

◇아랍권 반응=카타르.튀니지.오만 등은 이스라엘에 뒀던 무역대표부 폐쇄 방침을 폐막에 앞서 발표했다. 이라크는 식량과 의료품을 팔레스타인에 지원키 위해 40대의 트럭을 출발시켰다. 또 강경파인 이라크.예멘 등은 이번 회담에서 전쟁을 주장했으며, 리비아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회담을 거부하고 철수했다.

이런 가운데 회담 첫날이던 지난 21일엔 전쟁을 촉구하는 규탄 물결이 아랍국을 휩쓸었다. 이라크에서는 1만5천여명이 기관총 등을 들고 '성전'을 요구했으며, 파키스탄 회교단체는 "예루살렘 해방을 위해 수천명의 무장 전사들을 파견하겠다"고 선언했다. 예멘의 수도에는 수십만명의 무장 시민을 포함해 무려 150만명이 모여 전쟁을 요구했고, 정상회담 장소이던 카이로에서도 4천여명의 대학생들이 전쟁 선포를 요구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는 청년 600여명이 전쟁 참가 신청을 했다

◇이스라엘의 반응=정부 대변인은 정상회의 폐막 뒤 "아랍권의 지혜로움의 승리"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폭력사태가 계속되는 한 중동 평화과정을 전면 중단한다"며, "이 중단 상황은 이스라엘에 비상내각 구성이 끝날 때까지도 해소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크 총리도 이날 비상 국무회의를 연 뒤 "우리는 오슬로 평화협정 이후 7년간 계속돼 온 중동 평화회담에 타임아웃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의 이같은 선언이 있자 아라파트는 "바라크는 지옥으로 가라"고 감정을 폭발시키면서, "그들이 받아들이든 말든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계속 걸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샤론을 연정에 참여시키는 것은 이스라엘이 평화협상을 완전히 결렬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전망=이번 정상회의 폐막성명은 일단 평화적 해결을 선택했다. 또 사상 처음으로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수립 및 동예루살렘 주권 선언을 지지했다.그러나 이런 것이 유혈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아니어서 전망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우선 아라파트 수반은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다음달 중순 이전에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선포하려 하고 있다. 동의 없는 일방적 독립선포는 이스라엘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분쟁 악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반면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도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온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샤론의 극우 리쿠드당과의 제휴를 굳혀가고 있다. 비상내각 구성은 평화과정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양측이 이같은 선택을 한다면 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된 뒤에는 아랍권에서도 강경파가 득세할 수 있는 것이다이런 가운데 22일 발간된 뉴스위크(30일자)는 "이스라엘 군이 팔레스타인 지역 대부분을 다시 점령할 '가시밭'이라는 작전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장 상황=아랍 정상회담이 열리는 중에도 팔레스타인에서는 충돌이 계속돼 특히 고교생 등 청소년 희생이 많았다.

21일엔 수만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전날 사망자 장례식에 참석한 뒤 이스라엘군과 다시 충돌, 소년 4명이 이스라엘군의 총탄을 머리에 맞고 숨졌다. 세차 중이던 택시 운전사 1명도 사망, 이날 총 5명이 목숨을 잃고 200명 이상이 부상했다.

같은 날 아라파트 수반은 이집트 TV를 통해 "알 아크사 사원 봉기는 계속될 것이고 예루살렘은 곧 아랍인의 손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22일에도 충돌은 계속돼 14세 소년을 포함한 2명이 가자 지구에서 희생됐으며,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또 2명이 숨졌다. 이로써 지난달 28일 시작된 유혈충돌 전체 사망자는 132명으로 130명 선을 넘어섰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전투 헬기와 탱크를 동원해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로켓포 등을 발사했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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