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보호구역 '은밀한 훼손',가창 정대골이 파헤쳐진다

입력 2000-10-20 12:18:00

개발제한구역이자 상수도보호구역으로 보호하고 있는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정대2리 초곡마을 계곡이 감시의 눈길을 피해 마구 파헤쳐지고 있으나 달성군과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는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 파괴의 현장은 가창댐에서 청도 각북으로 가는 길의 송정교를 지난 오른쪽 초곡마을 뒷산(비슬산의 한 자락으로 고찰 용연사 가는 길).

주민들에 따르면 울창한 산림과 계곡 등 수려한 자연환경을 간직한 이곳은 2년전 외지인이 계곡 입구의 ㅎ나무농장 등 일대 땅 수천평을 사들이면서 은밀하게 파헤쳐지기 시작했다.

마을을 지나 왼쪽으로「차길 없음」이란 표지판이 걸린 비포장 길을 따라 올라 가면 ㅎ나무농장이 자리잡고 있고 여기서부터 1km에 걸쳐 계곡이 중장비에 의해 파헤쳐지고 있다. 작업중인 포크레인은 번호판이 없는 무적 차량이었다.

개발업자는 계곡을 따라 차량이 다니도록 길을 만들었고 파낸 바윗돌로는 축대를 쌓았다. 개발 후의 조경을 고려한 듯 군데군데 돌탑과 돌계단도 만들었다. 계곡 사이에는 철제 H빔과 지하철공사장에서 사용하는 복공판으로 다리 2군데를 건설, 평범한 농로나 산책길이 아님을 반영했다.

계곡 중턱에는 수십년간 버려진 땅(천수답)에 나무를 잘라내고 계곡의 물길을 돌려 1천여평의부지가 조성돼 있다. 3군데는 1백여평 크기로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기초공사를 한 상태다. 조경용으로 쓸모가 있어 보이는 소나무 몇그루만이 수풀 사이에 보이고 나머지 잡목은 모두 베어낸 흔적이 남아 있다.

이같은 토지의 굴착, 성토는 개발제한구역에서는「허가를 받아야 할 수 있는 행위」로 제한하고 있으나 개발업자는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초곡마을 한 주민은『퇴직 공무원으로 알려진 대구사람이 농장을 사 개발하고 있다』며『지난해 길을 내다 산 주인의 제지로 공사를 중단했으나 최근 다시 포크레인으로 길을 닦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제영 총무는『개발이 상당히 진척됐는데도 불구하고 외부의 눈길을 피해 온 점을 보면 일부 힘있는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개발에 나선 것 같다 』며 관계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강병서기자 kb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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