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탱크 등을 동원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군사적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반면 이슬람측은 미군 구축함에 자살 테러를 감행했다. 사태발발 15일만인 12일 중동사태가 전투부대 중심의 충돌로 국면이 악화됐다. 이들 사태 이후 팔레스타인측은 수감하고 있던 극렬 저항단체 하마스 조직원들을 대부분 석방, 사태의 악화 를 예고했다. 또 당분간은 국제적 중재도 불가능할 것으로 주변에선 파악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다른 아랍국들이 가담하는 5차 중동전쟁이 정말 일어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구축함 공격 = 예멘의 아덴 항구에 정박해 급유 중이던 미 해군 8천600t 알레이 버크급 유도 미사일 구축함 '콜'(Cole)호에 현지시간 12일 낮 12시15분쯤 소형 고무보트가 접근해 자살 공격을 감행, 적어도 5명이 숨지고 12명이 실종됐다. 걸프 주둔 미해군 공보관보는 "폭발로 구축함에는 6∼12m 크기의 구멍이 뚫렸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리들은 공격 보트가 고성능 폭발물을 적재한 것으로 보이며 콜호의 아덴항 기항 예정 시간이 4시간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공격은 사전에 면밀히 계획된 테러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소형 보트의 주인과 타고 있던 사람들의 국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이번 사건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힌 단체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예멘에서는 대규모 반 이스라엘 시위가 빈번히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미 대사관이 쓰레기 투척을 당하기도 했다. 예멘은 이슬람 테러세력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출신지이며, 외국인 납치 등 테러사건이 빈발해 왔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
△사건의 발단 = 12일 이스라엘 병사 4명이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자치도시인 라말라에 들어 갔다가 팔레스타인측 경찰에 붙잡혀 도심의 경찰서에 억류됐다. 이들이 왜 그곳으로 들어 갔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이스라엘측은 부주의로 길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연행되자 군중 1천여명이 몰려들어 군인들을 탈취하려 했고, 경찰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10여명이 경찰서 2층으로 난입해 이스라엘 군인 2명을 살해한 뒤 시체를 창밖으로 내던졌다. 나머지 군인 2명도 중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살해된 병사 1명의 시체를 길거리로 끌고 다니며 행진을 벌였고, CNN 방송은 병사 1명이 창밖으로 내던져졌다가 나무에 부닥친 뒤 시위대의 뭇매를 맞는 장면을 방송했다.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돌입 = 자국군 피살 이후 이스라엘은 즉각 보복에 나서 육해공군을 총동원한 군사 작전을 시작했다. 피살 현장인 서안지구의 라말라에는 무장 탱크와 헬기를 동원, 팔레스타인 경찰 사령부를 공격했다. 팔레스타인 TV방송국에도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또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도 동시에 가격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측은 이번 공격이 "팔레스타인 지도부에 대한 경고일 뿐"이라고 밝혀, 필요하다면 보다 본격적인 추가 공격도 감행할 것임을 암시했다. 동시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구를 완전히 봉쇄, 이스라엘로의 출퇴근 이나 인구 이동을 막았다. 이스라엘의 이날 공격은 1967년 중동전쟁 이후 가장 격렬한 것으로 평가됐다.
△코피아난 UN총장 노력의 좌절 = 중동 사태는 아랍권의 불신으로 미국이 큰 역할을 할 수 없는 단계에 접어 듦으로써 아난 총장에게 모든 희망이 걸린 상태였다. UN은 미국과 달리 오히려 아랍권 편이어서 중재가 가능했고, 그런 중에 아난은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음으로써 이번 중재도 거의 성사 단계에 있었다.
12일 경우 양측 보안책임자를 미국 CIA 국장 주재로 3자 회담케 성사시킴으로써 돌파구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은 이스라엘 군인 참살 사건으로 수포로 돌아가고, 중동 사태는 지금 중재자 없이 악화될 위기를 맞았다.
△앞으로의 전망 = 13일은 이슬람이 '피의 보복'을 맹세하고 있는 종교적 휴일이어서 이날 이후 더 큰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 이후 지하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것은 전쟁 확대를 의미한다. 이스라엘은 필히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이슬람권은 오는 아랍권 정상회담을 앞당겨 이 문제에 대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아랍권이 군사적으로 공동 대응할 경우 5차 중동전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백악관 대변인은 "클린턴 대통령은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코피 아난 UN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이성 회복을 촉구했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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