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선인박복(善人薄福)'이란 말이 있다. 착한 사람이 악한 사람보다 오히려 구차하게 살고 복이 없다는 뜻이다. 마음씨 고운 사람은 심성이 모질지 않아 이재(理財)에 어둡거나 양심껏 살아 주위로부터 질시와 비방을 받게 마련이다. 그래서 항상 밀리고 뒤에 처져 살아갈 수밖에 없다. 조선조의 실학자 성호(星湖)의 '선인박복관'이 지금 이 시대에도 변함 없이 공감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 역사를 보더라도 양심 세력이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중종(中宗) 때의 조광조(趙光祖)와 김정(金淨), 20대에 장군이 돼 두만강변에서 오랑캐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세종(世宗) 때의 이징옥(李徵玉)도 그런 경우다. 이들 양심 엘리트 그룹이 모함을 받지 않고 오래 치적을 쌓을 수 있었더라면 역사가 달라지고 우리의 영토가 더 넓어졌을 지도 모른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에 비리.부정.부패.사기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대가성 없는 뇌물을 받고 힘을 쓰는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그같은 행태는 일반시민에게까지 만연되고 있다. 법과 양심대로 살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규범의식과 도덕성을 잃어가고 있다. 돈 없고 '빽' 없는 서민들은 패배주의와 무기력증에 빠져 있기도 하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부패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억제하기 위해 '고결상(高潔賞)'을 제정, 첫 수상자로 개인 3명과 1개 단체를 선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군의 부패상을 폭로했다가 복역중인 군인과 정부의 부패를 고발한 언론인, 부패 척결에 앞장서다 암살당한 공무원 등이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이 상의 제정은 이 지구촌이 썩어 있고, 부패와 맞서 싸우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말한다.
'총명한 자식보다는 어리석은 자식이 낫다'는 소식(蘇軾)의 역설적인 '생자시(生子詩)'는 그런 세태를 풍자했다. 그러나 한 시대, 한 나라가 발전하려면 의욕적이고 양심적인 세력이 발탁돼야 하고, 양심적인 인재가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어느 사회나 조직도 마찬가지다. 영화 '인사이더'는 불의와 맞서는 용기를 찬미하고 그 승리를 보여 주는 휴먼 드라마로 갈채를 받았었다. 그런 사회는 과연 언제 실현될 수 있을는지….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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