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떠나고 싶다",치솟는 물가.세금...서민들 다 죽는다

입력 2000-09-30 12:06:00

'이민가고 싶어요'

주부 최모(30.동구 방촌동)씨는 30일 인근 할인점을 찾아 사과.배.오이 등 농산물과 콜라(2병) 비누(3개) 담배(10갑) 소주(5병) 등 생필품을 구입한 뒤 집으로 돌아오면서 승용차에 휘발유 20리터를 넣었다.

최근의 물가폭등을 반영하듯 농산물 값은 불과 몇달 사이 갑절이나 올랐다. 과일 등 농산물을 제외하고 이날 최씨가 지불한 돈은 5만원정도. 집으로 돌아와 생필품값에 붙은 각종 세금을 계산해보고 최씨는 깜짝 놀랐다.

절반이 훨씬 넘는 2만7천350원이 부가세 등 각종 세금이었다. 물건을 구입한 게 아니라 세금을 내고 온 셈. 여기에 아파트 전세값이 들먹이고 있고 내년에 또 각종 공공요금과 세금마저 오른다니 나오는 건 한숨 뿐이다.

남편의 실질 연봉은 2천만원 남짓. 이 상태면 1남 1녀를 키울 일이 걱정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 전셋집도 작은 평형으로 옮길 계획이다.

"억장이 무너져요. 잘사는 사람들 탈세는 눈감고 월급장이들만 들볶는 이 나라를 떠나고 싶어요. 정부가 물건 값에 세금을 은근 슬쩍 포함시켜 서민들을 속이는 정책을 더이상 펴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가계 실질소득은 갈수록 주는데도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세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서민 경제가 파탄상태로 치닫고 있다.

올들어 농산물값은 물론 국민연금, 의보수가 및 지역의료보험료, 휘발유값 등이 대폭 오른데 이어 다음달부터 가정용전기료 , 도시가스료, 담뱃값 등이 줄줄이 인상대기중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에 4인가족 기준 평균 1천4만원을 세금으로 걷겠다고 나섰다. 정책실패에 따른 고통을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휘발유 1리터값 1천328원중 64%가 넘는 856원이 세금이고, 담배는 소비세.교육세.환경개선부담금.국민건강증진기금.부가세 등 각종 세금이 판매가의 절반을 넘는다. 소주도 유통마진을 제외한 가격의 54%가 세금이다. 특히 담배의 경우 내년에 소비세와 교육세, 부가세가 오르면 13,14% 값이 인상된다.

서민 경제의 파탄은 지방세 체납액과 건수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외환위기 이전인 97년 대구시 전체 지방세 체납액과 체남건수는 837억여원, 17만건에 불과했으나 올들어 1천600여억원, 107만건으로 불어났다.

동구청의 경우 올해 지방세 체납액이 42억원으로, 97년의 18억원에 비해 두배 이상 급증했으며 최하 6천원 남짓한 주민세 체납액도 17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지난 5년간 지방세 체납자는 동구 전체 인구 34만명의 15%인 5만여명이나 됐고 이중 60%가 부동산 공매, 자동차.부동산 압류, 신용불량자 등록 등의 제재를 받았다. 북구청도 올해 지방세 체납건수가 97년 1만 3천건 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3만 3천여건이나 됐다.

회사원 이모(33.수성구 범어동)씨는 "정부가 조세저항을 피하기 위해 각종 간접세 부담을 증가시켜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며 "조세 형평성을 위해 범국민적 납세거부 운동을 벌여야 할 판"이라고주장했다.

李鍾圭기자 jongku@imaeil.com

9월 소비자 물가 큰 폭 상승 월 상승률 98년 2월후 최고

태풍과 의보수가 인상 등의 영향으로 9월중 소비자물가가 크게 올랐다.

재정경제부가 29일 발표한 '9월중 물가동향'에 따르면 9월중 소비자물가는 전달에 비해 1.5% 폭등, 월간상승률로는 지난 98년 2월 1.7%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생활물가는 전달 대비 2.3%, 작년말 대비 5.2%가 올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올 들어 9월까지의 평균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나 상승, 정부의 관리목표치인 2.5%에 바짝 다가섰다.

재경부 관계자는 "두차례에 걸친 태풍의 영향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석유제품 가격 상승 및 의보 수가 인상 등으로 인해 물가상승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추석명절에 따른 물가불안 요인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 석됐다.

태풍피해가 컸던 호박이 270.5%, 풋고추 87.9% 오르는 등 농축수산물 가격이 5.5%나 뛰었고 진찰료(23.7%)와 투약 및 주사료(23.3%)등 의보수가가 인상되는 등 공공요금도 2.6%나 올랐다.

지역별로는 지난 달에 비해 울산지역 소비자물가가 1.9% 상승, 전국최고상승율을 보였고 대구와 서울 광주, 충남. 북 등은 1.4% 올랐다.

재경부 관계자는 "향후 소비자물가는 국제 원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석유제품 가격 상승 등 불안요인이 있으나 본 격적인 출하기를 맞아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안정세를 회복, 올해 평균으로는 목표치인 연간 2.5%의 상승률을 보일 것" 이라고 전망했다.

徐明秀기자 diderot@imaeil.com

공무원, 봉급 인상안에 반발 "생색내기다"

정부의 공무원 봉급 인상안에 대해 공무원들은 외환위기로 삭감된 수준에도 못미치는 인상폭이 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올 초 가계지원비를 신설하고 기본급과 가족수당을 인상하는 방법등으로 공무원 보수를 6.7% 올린데 이어 지난 7월 봉급예비비를 재원으로 3% 추가 인상했으며 내년에도 6.7%를 올려 중견기업 보수의 95.3%까지 끌어 올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기본급의 400%를 지급하던 기말수당을 지난 98, 99년동안 220% 삭감해놓고 체력단련비 를 이름만 가계지원비로 바꿔 지급하면서 인상을 거론하는 것은 생색내기라고 반박했다.

정부가 올 초 가족수당 최고 3만원 지급과 기본급 3% 인상도 지난 2년간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올린 게 아니며 기본급 85%의 봉급조정수당도 지난해 삭감된 체력단련비 125%에 못미치는 수준이라는 것.

또 내년에 기말수당 200%를 기본급에 산입시키는 방식으로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정부 방안도 봉급에서 기본급 7.5%를 공제하는 연금부담금을 높여 고갈되어 가는 연금 부족분을 메우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근무성적 상위 50% 공무원에 대해 기본급의 50~200%를 성과상여금으로 차등지급하겠다는 방안도 성적 평가기준이 없고 시간외수당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예산 부족 상황이어서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구청 한 공무원은 "정부 발표는 숫자 부풀리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9급 초임이 공공근로자 한달 수입과 비슷한 현실에서는 일 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李庚達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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