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부과금 1천901억원,'적반하장격' 반발

입력 2000-09-30 12:13:00

공정거래위원회가 군납 유류입찰에서 담합과 관련, SK, LG정유, S-오일, 현대정유, 인천정유 등 정유 5사에 대해 사상최대인 1천9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정유사들은 '지나치다'며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LG나 S-오일에 비해 거의 배가 많은 457억원의 과징금 처분과 함께 검찰에 고발까지 당한 SK 등 3사는 이의신청 제기를검토하는 등 이번 처분에 불복할 태세다.

정유사 관계자는 "아직 공식문서로 통보를 받지 못해 확정적으로 말하기는어렵지만 일단 과징금이 예상보다 엄청나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일단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등 가능한 노력을 해보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징금을 그대로 다 냈다가는 회사가 잘못될 정도"라며 "작년에 5대 그룹의 부당내부거래에 부과된 과징금이 790억원 정도였는데 정유 5사에 거의 2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보면 뭔가 감정적인 처분을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주장했다.

#5대 정유사, 안보 위협한 군납비리의 실태

국내 정유 5사가 군납 유류 입찰과정에서 조직적인 담합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결과 확인됐다. 국방부는 정유사들의 손에 놀아나 '혈세'를 낭비했으며 올해 구매 입찰때는 가격을 높이기 위한 이들 정유사의 '유찰 전략" 때문에 제때 항공유를 구입하지 못해 전시 비축유까지 사용하는 '중대사태'까지 발생했다.

공정위는 군납 입찰외에 현재 시중 판매가격의 담합행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어 정유사들의 담합비리가 추가로 드러날 전망이다.

◆담합방법= 지난 97년 정부가 고시하던 유가가 자유화돼 산업자원부 신고사항으로 바뀌면서 이들 정유사의 담합이 시작됐다. 정유사들은 유가 자유화 초기 출혈경쟁으로 이익이 격감하자 98년 군납 유류입찰때부터 가격을 담합, 응찰했다.

8개 유종별로 낙찰 예정업체, 응찰가격, 들러리 업체 등을 사전에 합의해 군납물량을 분배했다. 작년을 예로 들면 저유황경유는 SK를, 고유황 경유는 LG를, 항공유는 S-오일을 낙찰자로 미리 정하고 나머지는 업체는 예정가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들러리를 서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런 수법으로 98년부터 올해까지 3년동안 ▶SK 2천55억1천만원 ▶LG정유 1천684억8천500만원 ▶S-오일 1천376억7천200만원 ▶현대정유 1천167억6천500만원 ▶인천정유는 844억700만원 등 모두 7천128억3천900만원어치의 군납 물량을 나눠 계약을맺고 공급했다.

◆바가지 규모= 정유 5사의 담합으로 국방부는 98년과 99년에만 1천230억원의 바가지를 썼다. 국방부는 항공유 입찰구매때 국내 항공사들이 구입한 금액보다 ℓ당 평균 92.23원 비싼 280.65원을 지불, 859억원을 비싸게 구매했다. 또 고유황 경유는 철도청이나 수협보다 ℓ당 평균 61.69-75.69원을 더 지불해 371억원의 혈세를 낭비했다.

특히 올해에는 국방부가 예정가격을 종전 국내가격에서 국제가격으로 낮춰 잡자정유 5사는 가격을 올리기 위해 9차례나 고가로 응찰해 유찰시키는 '가격 저항'을불사했다. 이때문에 국방부는 전시 등 유사시에만 사용할 수 있는 비축유를 20% 이상 사용하는 비상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군납입찰 제도의 허점= 정유사의 담합비리는 허술한 국방부의 입찰제도에서비롯됐다. 국방부는 입찰전에 각 정유사가 산자부에 제출한 신고가를 기초로 예정가격을 산정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예정가격을 손쉽게 예측할 수 있었으며 낙찰가가 예정가의 98% 이상을 기록했다.

항공사와 철도청 등은 국내가격보다 낮은 국제가격을 기준으로 예정가격을 산정하고 있어 담합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더라도 낮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는 있다.

또 입찰자격에서 일부 고유황 경유와 항공유의 경우 군 수요처까지 송유관로가있는 정유사만 응찰할 수 있도록 해 말만 경쟁입찰이지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다.

◆처벌은 부족하다= 공정위는 이들 정유 5사에 사상최대인 총 1천9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조사때 진술서를 훼손하거나 휴가를 가는 등 조사를 방해한 SK, 현대정유, 인천정유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입찰담당 임원이나 대표이사에 대한 고발은 하지 않기로 해 처벌이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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