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주치의-피부약 남용

입력 2000-09-26 14:15:00

나이 지긋한 환자들 중에는 "피부약은 몸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를 물어보면 독하고 속을 버리기 때문이라 한다.

과거에는 좋은 연고나 치료약이 없었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요즘은 신약 개발로 이런 유의 부작용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옛날식 관념에 사로잡혀 무조건 피부약을 기피하는 것도 문제이다. 예컨대 아토피 피부염이 심한 어린이를 그냥 방치하면, 아이들은 가려움 때문에 신경질적이 되고 성격이 예민해지기 쉽다.

그러나 피부약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역시 큰 문제이다. 또다른 많은 환자들은 "피부약쯤이야"라고 생각해 스스로 진단하고 약을 사 사용한다. 한번 먹거나 바르면 금방 좋아지는 약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고 장기간 과잉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다간 큰 일을 당할 수 있다.

가려움이나 부스럼·습진이 생기면 흔히 마구 바르는 부신피질 호르몬 연고 같은 것이 대표적 예. 이 연고는 얼굴이나 어린이 피부에 사용하면 처음에는 효과가 아주 좋다. 그러나 이 약은 항생제 보다 더 위험하다. 자꾸 쓰면 피부가 얇아져 실핏줄이 드러나고 거칠어진다. 마약처럼 중독성까지 있어 그 약을 바르지 않으면 피부가 가렵고 심하면 진물이 나는 부작용까지 흔히 발생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나라에서 부신피질 호르몬 연고가 일반의약품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피부약이라 해서 의사 진단도 받지 않고 남용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약을 사용할 때는 효과와 부작용을 함께 따져야 한다.

성열오(대구세브란스피부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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