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생사확인 이달 착수-10월부터 편지교환 기대

입력 2000-09-15 12:23:00

남북은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을 위해 모든 이산가족의 생사 및 주소확인 작업을 이달 중에 시작해 빠른 시일내에 마치고 생사가 확인된 사람들부터 우선 서신을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8.15 이산가족 교환방문 당시 생사가 확인된 남북의 일부 이산가족들은 빠르면 10월부터 편지를 교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와 운영, 이산가족 추가방문단 교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2차 적십자 회담도 오는 20일 금강산에서 개최키로 했다.

임동원 대통령 특보와 김용순 북한 노동당 비서는 14일 오전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두 차례 회담을 갖고 이같은 내용을 비롯 6.15 공동선언 이행과 장관급 회담 합의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합의하고 이를 7개항의 공동보도문 형식으로 발표했다.

양측은 이와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가까운 시일내에 추진키로 하고 그에 앞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 남북은 또 오는 26일 제3국인 홍콩에서 국방장관급회담을 개최,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제협력과 관련, 오는 25일 서울에서 실무접촉을 개최,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협정 등을 빠른시일내에 매듭짓기로 했으며 남북간 경의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기공식 개최에도 합의했다.

한편 김 비서 일행은 이날 낮 청와대로 김대중 대통령을 예방한후 신라호텔에서 한차례 회담을 더 가진 후 오후 7시11분께 자동차 편으로 판문점을 통해 평양으로 돌아갔다. 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김용순 방남은 북측의 실리외교-'식량지원 얻으려는 전략' 분석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인 김용순 노동당 비서의 3박4일간의 방남(訪南)에서 북한은 6.15 공동선언에 대한 이행의지를 구체적으로 밝혀 남북관계를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김 비서의 방문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임하는 북한의 저의가 드러났다 는 지적도 있다. '특사'를 통해 최대한 실리를 끌어내려는 북측 특유의 외교전략이 발휘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일 비전향 장기수 북송 직후 남측의 공식, 비공식 대화 제의에 미동도 않았다. 당초 1차 적십자 회담 합의사항이었던 장기수 북송 후 적십자 회담을 개최하자는 제 의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해 남측의 애를 태웠다.

이 와중에 김 비서 일행은 추석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을 전격 방문했다. 김 비서의 방 문은 결과적으로 10여일 동안 답보상태이던 남북관계를 원상회복하는 성과를 거뒀다. 면회소 설치와 이산가족 추가 교환을 위한 2차 적십자 회담 개최, 경협의 제도적 장치마련을 위한 실무접촉, 경의선 연결 및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 등 정체상태에 있던 남북관계에 물꼬를 튼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석연찮은 대목도 있다. 우선 공동보도문에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기가 명시되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 등 남측에서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시기를 내년 봄이라고 확언하고 있지만 북측은 합의안에 이 문제를 명시하는데 미온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서울 답방전 특사 자격으로 서울을 방문한 김 비서의 행적으로는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국방장관급 회담 개최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즉 공동보도문에 국방 장관과 인민무력부장간의 회담이라고만 소개하고 있는데다 회담 개최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중"이라고만 밝혀 의제와 일정은 아직 유동적이다.

때문에 남측에서는 이같은 북측의 태도는 남한의 대북 식량지원 여부에 달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남측의 최대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은 식량차관의 지원 시기와 규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차 장관급 회담에서 식량지원을 처음 요청한데다 김 비서도 서울 방문과정에서 이 문제를 적극 거론했다는 사실에서 이같은 해석이 설 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언제 어떤 식으로 매듭을 짓느냐에 따라 북측의 태도가 결정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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