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쇼크-절유 운전

입력 2000-09-15 00:00:00

국제유가 폭등세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절약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은 여전히 실종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크고 고급스러운' 대형차 선호가 대표적인 예. 국내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마티즈, 아토스 등 경차 판매량은 모두 7천81대. 7월의 8천974대에 비해 21.1%나 줄었고 지난해 같은달의 9천108대와 비교해도 22.3% 감소했다.

반면 대형차의 8월 판매량은 6천47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5%나 늘었고 연초부터 8월까지 판매량도 5만2천17대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무려 42.6% 증가했다.제2의 IMF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경기 회복세 둔화로 경제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큰 차 선호의식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셈이다.

급출발, 급제동, 과속, 불필요한 공회전 등 연료를 낭비하는 운전습관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운전습관만 바꿔도 전체 기름값의 10~20%는 거뜬히 절약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8년째 승용차를 모는 직장인 이대식(33.대구시 북구 복현동)씨는 에너지 절약형 운전법 익히기가 필요한 전형적인 자가 운전자.

그는 요즘 주유소에 들를 때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휘발유 가격이ℓ당 600원대였던 초보시절만 해도 3만원정도면 기름탱크를 가득 채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6만원으로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달이 멀다하고 오르는 기름값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교통전문가들이 권장하는, 고쳐야 할 운전습관을 살펴 보자. 교차로 근처에서 빨간불이 켜졌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앞차 뒷꽁무니에서 급정거했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급히 출발하는 급발진, 급제동. 급출발을 한 번 할 때마다 10cc의 연료가 더 소모되므로 이런 운전습관은 매번 13원의 돈을 길바닥에 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

날씨가 추워지면 무선시동기로 출근 10~20분전부터 시동을 켜 공회전을 시키는 것도 고쳐야 할 습관. 10분 공회전에 200cc의 휘발유가 필요한 만큼 불필요한 공회전만 삼가면 하루에 약 130~260원, 한 달이면 3천~7천원의 돈을 너끈히 절약할 수 있다.

주유를 하거나 잠시 주정차 할 때 시동을 끄는 것은 기본.

트렁크에 싣고 다니는 낚시.등산 도구도 절약운전에 걸림돌이 된다. 10kg의 짐을 싣고 50km를 달리면 80cc의 기름이 낭비되므로 골프채, 야영도구 등 일주일에 한두번 쓰는 짐은 필요할 때만 싣는 지혜가 필요하다.

타이어 공기압이 표준치보다 30%정도 낮으면 연료 소모가 10% 높아지고, 30% 높으면 8%의 기름이 더 든다. 수시로 공기압을 점검하는 것도 잊지말아야 할 사항이다.

에너지관리공단 대구.경북지사 정완종 지사장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 시속 80km의 경제속도를 지키고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운전, 급발진.급제동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金嘉瑩기자 k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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