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건설업체 잇따라 쓰러지는 이유

입력 2000-08-29 12:31:00

'대구를 대표하는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쓰러진 이유는 뭘까'

우방, 청구, 보성 등 지역의 유명 건설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비운'을 맞게 된 원인은 우선 부동산 시장 장기침체 및 금융시장 경색에서 찾을 수 있다.

지역 건설업체들이 가장 치중하고 있는 주택부문 경우 대한주택건설사업협회에 소속된 3천여개 주택업체 중 올들어 지난달까지 주택사업을 벌인 곳이 90여개에 불과할 정도로 불황이 심각하다. 올해 주택 공급물량도 2만9천여가구로 97년의 16%에 머물고 있다. 공공건설 시장도 마 찬가지. 업체당 평균 수주금액이 97년 수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데다 낙찰률도 73%로 떨어져 손 해를 보고 공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실정. 여기에다 건설업이 '사양산업'으로 인식되면서 금융권의 자금지원도 끊기다시피해 '돈줄'이 마른 상태다.

하지만 이같은 전반적 상황외에도 지역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쓰러진데 대해 보다 근본 적인 부분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우방, 청구, 보성 등은 80년대 후반 주택 200만호 건설을 토대로 급성장한 업체들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자기자본은 거의 없이 은행돈을 빌리거나 입주예정자들의 분양금을 받아 사업을 벌였다. 말그대로 '말뚝만 꽂으 면 돈을 벌던 시절'을 보냈다.

이렇게 돈을 번 지역 건설업체들은 건설업에 대한 전문적인 노하우를 쌓는 등 경쟁력을 키우기보단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부실덩어리'를 키웠다. 앞다퉈 서울지역에 진출, 전국적인 주택건 설업체로 '성공'을 거뒀다고 떠벌렸으나 저가공세로 인한 적자 현장이 매우 많았다. 일부에선 지역업 체들이 다른 지역에 진출하면서 적정 가격의 80∼90%선까지 '덤핑'을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사업다각화란 명분으로 문어발식 기업확장에 나서 레저, 언론 등 무리한 투자를 하 는 와중에 부동산 경기침체로 돈줄이 막히자 회사가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기업주의 무원칙하고 방 만한 경영, 시장논리보다는 정치권에 줄을 대는 방법으로 회사를 꾸려나가는 정경유착식 경영도 업체 를 부실하게 만든 주요 원인으로 거론됐다.

98년 1월 보성의 화의신청, 97년 12월 청구의 화의신청(98년 5월부터 법정관리)에 이어 우방이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대구를 대표하던 '빅3'가 모두 비운을 맞았다. 지난 83년 11월 당시 대구를 대표하던 광명부도 이후 지역 건설업계엔 '부도망령'이 떠돌고 있다. 지역 건설업체들이 내실 경영에 치중하지 않는 한 대구.경북 경제를 충격속으로 몰아넣은 악순환은 되풀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으로 보인다.

李大現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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