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공무원 보증 몸살

입력 2000-08-26 15:00:00

농어촌지역 공무원들의 보증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전체직원이 230명인 영덕군 본청 실.과.소의 경우 17명의 직원이 보증을 섰다가 채무자가 대출금을 갚지 않아 봉급 절반을 매월 금융기관에 원천징수 당하고 있다또 상당수 공무원들은 상환연기와 대위변제 등으로 압류위기를 임시 모면하고 있는 등 직원 4명에 1명꼴로 보증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이모(38)씨 등 공무원 7명은 2년전 친구 김모(38)씨가 농협, 축협 등에서 대출받는데 보증을 서주었으나 최근 친구가 잠적하면서 원리금 1억2천만원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자 밤잠을 못자고 있다.

이들은 당장 봉급이 압류돼 정상생활이 어렵게 되는 것을 막기위해 대출금을 자신들이 갚는 대위변제방법을 택해 보증인에서 채무자로 바뀌게 됐다.

김모(44)씨 등 또 다른 직원 2명도 97년 보증을 섰던 친구가 남은 대출금 2천만원을 상환하지 못해 농협으로부터 독촉장이 수차례 날아오자 연체이자를 변제하고 상환기일을 1년 연장, 봉급 압류는 면했지만 고민은 여전하다.

1천만원이하 금액은 보증을 섰던 공무원이 봉급 압류를 당하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직접 갚는 경우마저 있다. 김모(35)씨는 자신이 보증섰던 친구가 대출금 500만원을 갚지 못해 상환 독촉을 받자 아예 금융기관에 500만원을 융자내 갚아버렸다.

공무원들의 보증피해는 대부분 97년 IMF이전 대출로 2년정도의 대출기한이 만료되거나 1년전 상환연장때 다시 보증을 서준 대출금을 채무자가 갚지 않아 발생하고 있는 것. 직원들은 "현 상황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금융기관의 자금회수와 맞물린 연말쯤엔 잠재돼 있던 보증피해자가 속출, 파산 위기에 몰릴 직원이 하나 둘이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증피해 공무원이 이처럼 많은 것은 농어촌 현실상 신분보장이 확실한 공무원은 대출금회수를 손쉽게 할 수 있어 금융기관이 보증인으로 선호하기 때문.

직원들은 "금융기관에서 아예 공무원을 보증인으로 세우도록 권유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친구나 선배가 수차례 찾아와 애걸하면 뿌리칠 수 없는게 농어촌 공무원의 처지이기 때문에 보증용 재직증명서 발급을 엄격히 해도 효과를 못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영덕.鄭相浩기자 fal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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