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재료'보다 '수급' 살펴라

입력 2000-08-21 00:00:00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탈까, 아니면 횡보 또는 하락할까"현대문제가 해결 가닥을 잡음에 따라 앞으로의 증시 향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거래소 시장은 지난 주 750선을 회복하는 등 살아나는 조짐을 보여줬다. 반면 코스닥 시장은 지수 110∼120선대의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라는 악재가 어느 정도 소멸된 증시에는 다양한 호.악재들이 상호 긴밀하게 작용하면서 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때문에 장중에 상.하한가를 오가고, 업종간 빠른 순환매가 펼쳐지는 등 증시가 요동쳐 개인투자자들이 수익률을 올리기 힘든 장세가 펼쳐지는 상황. 투자자들은 증시가 향후 어떤 큰 흐름을 보일지를 예상하고 이에 따른 투자전략을 구사해야 할 시점이다.

SK증권은 최근 증시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현재 드러난 호재만으로는 지속적인 지수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증권사는 현재 시장에서 호재로 작용하는 재료로 현대사태의 진정조짐, 미국 증시의 안정적 흐름유지, 외국인 매수규모 확대, 일본의 제로금리 포기시 엔화 강세전환 기대, 금리 하향안정세 지속, 상반기 기업실적 호전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이같은 재료들은 추세반전을 위한 재료로는 의심쩍은 부분이 많아 보인다는 게 SK증권의 분석.

우선 현대사태의 경우 비록 진정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자구 계획안보다는 실천 여부가 중요한 상황인 만큼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수면 아래로 잠시 잠복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증시도 아직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며 외국인 매수세도 미국 시장에서의 반도체 주식동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시중 금리의 하향안정세에 대해서도 SK증권은 현재의 금리안정은 지표상 나타나는 현상일 뿐 시중 자금사정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상반기 기업실적은 이미 상당부분 시장에 반영됐다는 시각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증권사는 결론적으로 재료보다는 증시의 수급상황을 냉정히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며 시장의 수요측면은 추가상승을 이끌 만큼 충분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반면 인터넷 증권사이트 '팍스넷' 투자정보팀은 현 장세를 대부분의 악재가 희석되고 많은 기대감 속에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지수는 '레벨업' 단계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투자정보팀은 부정적 측면으로 대우그룹 처리문제 지연만을 꼽았다. 반면 긍정적 측면으로는 현대문제 불투명성 해소, 일본의 금리인상에 따른 엔화환율 강세 기대감, 은행권 수신금리 인하, 초저금리 지속, M&A 전용펀드 허용, 반도체가격 강세 지속, 공기업 민영화, 국내기업 실적호전 및 실적대비 주가 낙폭과대, 환율 안정세 지속, 남북간 화해분위기에 따른 '컨트리리스크' 완화 등 다양하게 거론했다.

여전히 투신권 등 국내기관들이 적극적인 주식매수 참여를 기피하고 있으나 투자환경 개선에 따른 수요의 증가세를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투신권 등의 기관들도 주식매수에 적극 가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또한 많은 우량주들이 기업가치에 비해 크게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중기적 관점에서의 저가매집 전략을 꺼려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투자정보팀은 "본격적 시세분출은 프로그램 매물이 5천억원 수준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부터일 것"이라며 "지수 조정시마다 유망 종목군을 저가 매집, 보유하는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李大現기자 sky@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