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청소년수련관서 '향토 역사인물'학술대회

입력 2000-08-18 14:27:00

천문과 역학, 지리에 밝아 동서 분당과 임진왜란 등 조선 중기의 정치, 사상사를 예언하는 등 탁월한 세계관을 보여준 유학자이자 도학자인 남사고(南師古)선생의 사상과 생애를 재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울진군이 조선사연구회(회장 한충희 계명대 교수)와 함께 '격암 남사고 선생의 생애와 사상'을 주제로 18일 울진군 청소년수련관에서 개최하는 울진의 역사인물연구 학술대회. 이번 학술대회는 격암(格菴)선생의 사상을 역사와 철학, 역학, 풍수, 설화 등 각 분야에서 종합적으로 짚어보고 현대적 시각에서 재조명하는 자리다.격암(1509-1571)은 울진군 근남면 구산리에서 이조좌랑을 지낸 남희백의 아들로 태어나 선조때 종6품 관상감 천문교수(天文敎授)를 지낸 인물. 성리학적 행동규범을 토대로 삶의 철학을 형성하고 있던 전형적 사림이었던 그는 선조의 즉위, 조식의 죽음, 사림의 분열과 붕당체제 확립, 기축옥사, 임진왜란 등을 예측해 탁월한 예지력을 소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대회에는 '16세기의 역사적 동향과 남사고의 현실대응'(경북대 설석규교수)를 비롯 '격암의 철학사상과 울진의 유교문화전통'(경산대 박흥식교수), '격암 남사고의 역학사상'(고려대 문재곤교수), '격암 남사고의 풍수지리사상'(경산대 성동환교수), '남사고 전승의 존재양상과 의미 지향'(영산대 정우락교수) 등의 논문이 발표된다.

격암선생의 사상을 16세기 당시 역사, 사회적 흐름속에서 고찰한 설석규교수는 "우주와 인성의 법칙에 순응하여 모순을 극복할 의지와 구체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참여지향의 개혁의지를 가진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격암의 풍수지리사상에 대해 성동환교수는 "문헌으로 남아 있는 남사고의 풍수관련 기록은 현재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그가 썼다고 널리 알려진 '격암유록'은 남사고와 무관하며 구한말에 선생의 명성을 차용해 '마상록' '홍수지' '격암비록' 등 수많은 거짓 문서가 만들어져 세인을 현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학들이 쓴 글을 모은 '격암선생일고역'에도 남사고의 풍수사상이나 내용을 알 수 있는 단서를 찾기 어렵지만 기록에 천문과 지리, 복서에 능통해 동시대인들에게 이인(異人)으로 통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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