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이태리 정치사상가인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는 근대 서양 정치사상의 기원을 연 인물이다. 하지만 마키아벨리 만큼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인물도 드물다. '마키아벨리의 문제' '마키아벨리의 수수께끼'로 요약되는 마키아벨리의 사상과 행적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과 논쟁은 여전히 합의를 보지 못한 채 남아 있다.
이태리의 서지·문헌학자이자 전기작가인 로베르토 리돌피의 '마키아벨리 평전-시인을 닮은 한 정치가의 초상'(곽차섭 옮김.아카넷 펴냄)은 470여년 동안 계속되어온 마키아벨리의 사상에 대한 논쟁에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1953년부터 78년까지 일곱 차례의 수정과 보완을 거쳐 완성한 마키아벨리에 관한 가장 훌륭한 평전으로 평가받고 있는 책이다.
저자 리돌피는 15,16세기 이태리 피렌체의 사상과 문학에 대해 정통한 학자로 메디치가의 후예다. 우리 독자에게는 '냉혹한 정치 이론가'라는 이미지로 다가오는 마키아벨리에 대해 리돌피는 이 책에서 그가 정치가이자 예술가이며 무엇보다도 '시인'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가 시인인 진정한 이유는 그의 품성과 행적 속에서 냉소적이지만 동시에 예민하고 열정적인 '시인의 정신'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리돌피는 마키아벨리를 충동적 열정과 함께 모순되면서도 복잡다단한 기질의 소유자로 보고 있다. 마키아벨리가 현실 정치라는 냉혹한 이익의 각축을 '과학적으로' 관찰하는데 흥미를 느끼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언제나 예술가와 시인의 즉흥성과 열정, 이상 속에 녹여내는 묘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리돌피는 마키아벨리의 이러한 성품이야말로 그의 '문제'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다.
알려진대로 마키아벨리는 정치영역이 윤리나 종교 등 다른 영역과 구분된다는 점을 명료하게 밝히고, 나아가 정치행위가 종교적 규율이나 도덕적 가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주장함으로써 현실주의 정치사상을 대변한 인물이다. 흔히 현대 정치학에서는 마키아벨리를 가리켜 세상사의 외양과 본질, 가장과 본심이라는 이중적 측면을 날카롭게 관찰하고 그것이 정치의 본질 중 하나라는 점을 예리하게 파악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이중적 문제는 마키아벨리가 공화주의자(반메디치파)인지 군주정 옹호자(친메디치파)인지 후세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고, 심지어 '마키아벨리의 문제를 풀기는 힘들 것'(B. 크로체)이라는 비관조의 예언을 낳기도 했다. 그가 공화주의자였다면 후일 메디치 궁정에 들어가 '피렌체사'를 저술한 기회주의적인 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마키아벨리 사상의 일관성에 초점을 맞춰보면 '비르투'(인간의 덕성 및 역량)와 '포르투나'(유동적 행운 또는 운명)의 대결로 압축되는 그의 세계관에서 찾을 수 있다. 리돌피는 마키아벨리의 생각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서 피렌체의 기질 외에 당시의 시대상황을 들면서 그의 행적을 추적한다. 그 결과 '군주론' 집필당시(1512-1513년)에 비로소 그의 세계관이 형성된 것으로 간주해온 종래의 학설을 뒤엎고 리돌피는 '군주론' 훨씬 이전에 이미 모습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이 책에서 새롭게 입증하고 있다.
또 '마키아벨리 가의 한 사생아의 아들'로 잘못 알려진 마키아벨리의 혈통 문제를 바로잡거나 마키아벨리의 정치적 위치에 대한 낮은 평가에 대한 재정립 등 마키아벨리의 생애와 정치사상에 있어 잘못 알려졌던 크고 작은 사항들을 바로잡고 있는 것도 이 책의 수확이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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