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의약분업 현장을 직접 한번 체험해 보기로 했다. 기자는 자주 체하는 편인데다 마침 새벽까지 술을 먹어 실제 아랫배가 심하게 아픈 환자이기도 했다. 또다른 기자 1명은 보호자가 돼 동행키로 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실제 체험해 보는 것이야 말로 필요한 일 아니겠는가?
대구시 달서구 ㅂ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5일 오전 11시쯤. 접수를 마치고 내과 대기장인 병원 복도로 가니 기다리는 환자로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 대부분은 30분 이상 그렇게 기다린다고 했다. 앉을 의자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할 수 없이 아픈 배를 움켜쥐고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기다렸다. 기자가 대기한 시간은 무려 45분쯤. 병 보다는 지쳐서 나가 떨어질 즈음이나 돼서야 진료 차례가 돌아 왔다.
하지만 실제 진료 시간은 겨우 3분. 의사는 증상을 간단히 몇가지 묻고는 배를 두드려 보더니 "크게 걱정할 일 아니다"며 약과 주사를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주사라니? 주사가 그렇게 필수적인 일이 아니라고 들은데다 워낙에 주사 맞기를 싫어하는 터라 기자의 뜻을 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사 안맞으면 안됩니까?"
그러나 의사는 별달리 뾰족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지금 처방하는 주사는 차광주사로 내년 3월까지는 쓸 수 있는 것"이라고만 말할 뿐이었다. 딴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어 눈치가 보여 재차 묻기가 두려웠다. 서둘러 밖으로 나왔으나, 처방전을 받는데도 또 10분을 기다려야 했다.
이틀분의 약 처방전을 들고 인근 ㅂ약국을 찾았다. 약사가 3명 있는 다소 큰 약국. 환자가 5명 정도 기다리고 있었으나, 약 타는데는 3분 정도면 됐다.
그러나 이걸 어째?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을 조제하지 않는가? 이래도 되느냐고 물었으나 약사는 태연했다. "약사인 내가 있으니 손님은 걱정 안해도 됩니다".
어쨌거나, 병원 문을 들어선 뒤로부터 약을 타는 데까지 기자는 약 80분을 투자해야 했다. 그러고도 돌아서 나오는 마음은 개운치가 않았다. 45분 대기에 3분 진찰, 처방전 받기에 10분, 맞기 싫은 주사, 비약사의 조제… 아무래도 아프지 말아야 되겠구나 싶은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임시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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