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마케팅 한-일 지자체 극명 대조

입력 2000-08-08 14:21:00

2002년 월드컵이 열리는 규슈지방 오이타현. 가는 곳마다 월드컵 개최를 알리는 포스터와 전광판, 대형홍보판이 화려하게 눈길을 잡아끌고 있다. 역, 공공기관, 주요 관광업소.식당에는 오이타현내 각 고장의 온천.해양자원.명산물 등 볼거리.먹을거리를 상세히 수록한 관광안내책자를 비치해놓고 있다. 월드컵이 2년이나 남았지만 당장이라도 대회가 열릴 것같은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 연출은 외국관광객의 유치뿐 아니라 월드컵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고조시켜 다른 개최 지역을 압도하겠다는 의도.

또 현청 직원들은 명함에 지역명소와 한국과 일본의 국기가 그려진 월드컵 공동개최문구를 새겨 외국방문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오이타현을 포함 10곳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일본의 경우 지자체마다 완벽한 대회준비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이들 개최지역은 조직위원회와는 별도로 추진위원회를 설치, 이중으로 대회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세계인의 이목이 쏠리는 초대형 이벤트라는 점에서 모든 개최지역은 지난 96년 대회를 유치하자마자 일제히 홍보이벤트회사를 동원, 홍보에 가장 신경을 쏟고 있다. 외국인을 상대로한 스포츠 마케팅도 벌써 불이 붙었다. 말그대로 '열풍'이다.

똑같이 월드컵이 열리는 대구시. 그러나 어디를 봐도 월드컵 열기는 거의 느껴 볼 수가 없다. 대회를 유치하고 만4년이 지났는 데도 대구가 월드컵 개최도시라는 사실은 현재 수성구 외진 곳에 있는 경기장 건설현장을 빼고는 느낄수가 없다. 길거리에 포스터 하나 나붙지않고 호텔에서 홍보팸플릿조차 구경할 수 없다. 대구공항에 전광판을, 동대구역에 대형홍보물을 설치해놓았지만 동대구역은 이미 빛이 바래 시민의 관심은 물론 외래인의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가 월드컵지원반을 가동한 것도 한달이 채 안된 상황이다.

2002년 월드컵, 2003년 U대회 등 대형 국제행사를 유치한 직후 대외홍보, 붐 조성을 독려하는 시민들의 소리는 곳곳에서 있었지만 대구시는 아직 '마이동풍'이다. 이 때문에 공들여 유치한 국제행사가 자칫 '안방용'으로 전락, 대구를 세계에 알릴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높다.

지난달 중앙정부의 도움없이 독자적으로 유치한 U대회 역시 현재까지 이를 알리는 홍보활동이 전무하다시피한 상황. 시민홍보라곤 단골로 등장하는 공공기관, 관변단체 명의의 현수막만이 몇몇 네거리.공공기관 담벽에 걸려있는 것이 고작이다. 국.내외 '홍보전령'격인 관광협회, 요식업협회, 관광회사, 호텔 등에 대해서도 자발적인 홍보만을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홍보효과가 큰 가로등기, 전광판, 웹방송 등을 이용한 홍보는 아직 계획단계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U대회가 뭔지도 모르는 시민들이 의외로 많고 '시민 세부담만 가중시킨다' '한물간 국제행사 아니냐' 등의 회의적인 목소리들이 적잖게 불거지고 있다.

이 때문에 대회총괄실무기구인 조직위원회를 하루빨리 구성, U대회 홍보 및 붐 조성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대구시는 대회지원법, 경북도와의 협조체제 구축 등을 내세우며 내년 초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자세다.

대구 테크노파크 이종현 단장은 "국제행사는 세계속의 대구로 거듭나는 절호의 기회지만 시가 뒤늦게 대처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치밀하고 발빠른 대회준비를 통해 침체된 지역사회를 되살리는데 국제대회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李鍾圭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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